한경연, '종사자 특성에 따른 혼인·출산율 분석'
"저출산 극복 위해 노동시장 이중구조 완화 필요"
◆…한국경제연구원은 3일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정규직 출산율이 비정규직에 비해 1.89배 높다"며 "저출산 극복을 위해서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완화해야 한다"고 했다. 사진은 지난 3월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제39회 맘앤베이비엑스포'에서 관람객들이 유모차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사진 연합뉴스)
종사자 특성에 따라 혼인율과 출산율에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81명(2021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1명을 밑돌고 있다. 이에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노동시장 개혁을 통해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은 3일 '종사자 특성에 따른 혼인율 및 출산율 비교분석'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결혼을 통한 출산 비중은 OECD 평균이 59.3%인데 반해, 한국은 97.8%에 달한다. 27개 조사대상국 가운데서 가장 높다. 보고서는 "결혼 외 출산 비중이 높은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결혼이라는 제도적 틀 안에서 출산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혼인율과 출산율이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했다. 한국의 여성의 첫 출산 연령은 32.3세로 조사대상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이러한 부분은 저출산 심화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또는 기업규모)에 따라 결혼·출산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주목되는 부분이다. 한경연이 15~49세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에선, 비정규직은 한 해 동안 100명 중 3.06명이 결혼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정규직은 100명 중 5.06명이었다. 비정규직 대비 정규직의 결혼 확률이 1.65배 높은 것이다. 성별·연령·교육수준·거주지역·산업분야 등 개인의 특성드이 모두 일정하다고 가정했을 때의 결과다.
대기업의 종사자와 중소기업 종사자의 결혼확률을 비교해보면 중소기업 종사자는 100명 가운데 한 해 4.23명이, 대기업 종사자는 6.05명이 결혼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두 종사자 간 결혼확률 격차는 1.43배다.
◆…출산 확률은 연간 기준, 둘째 출산 확률은 첫째 출산자만 대상임.(자료제공 한국경제연구원)
출산율에서도 정규직-비정규직, 대기업 종사자-중소기업 종사자 간 격차가 있었다. 정규직의 출산 확률은 비정규직의 약 1.89배에 달하며, 대기업의 종사자 출산 확률 역시 중소기업 종사자보다 1.3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첫째를 출산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둘째 출산의 경우를 분석한 경우엔 종사자 특성에 따른 출산율 차이는 없었다.
이에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선 출산 장려 정책에 더해,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동 개혁이 뒷받침되어야 한단 목소리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이중적 구조를 완화하기 위해선, 정규직의 해고 규제 등 고용 보호를 완화해 기업의 정규직 고용 인센티브를 늘려야 한다는 게 보고서의 주장이다.
또 보고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이중구조의 핵심적 문제는 근로조건과 임금체계라는 점을 언급하며, 성과급·직무급 임금체계로의 개편과 중소기업 보호정책에서 중소기업 경쟁력 제고 정책으로 전환해 고임금 지불이 가능한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유진성 한경연 선임연구위원은 "저출산 극복을 위해서는 출산 자체를 위한 정책적 대응방안도 중요하지만 외국과 비교해 우리나라의 경우 출산의 전제조건이 결혼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며 "혼인율 제고를 위한 정책적 대응방안에도 관심을 가지고 혼인율 상승을 위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