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장관 향해 공무원노조 "사퇴하라"·소방노조 "특수본에 고발"

전공노 "하위 공무원에게만 책임 전가, 희생양 삼겠다는 의도"

소방노조 "총지휘 책임자로서 업무상 과실치사상죄 책임 져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은 11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장관이 이태원 참사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오히려 용산구청·용산소방서·경찰 등 하위직 공무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공노는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재난안전관리의 국가 부서는 행안부로 지정돼 있다고 지적하며 이 장관을 겨냥해 "이번 이태원 참사의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행안부 장관은 참사 발생 한참 후에야 대통령보다 늦게 보고받았으며 1조원 넘는 예산이 투입된 재난안전통신망마저 먹통이었다"며 "한마디로 국가는 없었던 것"이라고 직격했다.

전공노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컨트롤타워인 대통령실과 재난안전 주무 부처인 행안부 등 윗선은 제쳐두고 휘하에 있는 경찰, 소방, 지자체만 압수수색해 관련자를 입건했다"며 "힘없는 하위 공무원에게만 책임을 전가해 희생양으로 삼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행안부 장관이 장관직을 유지한 채로 수사와 진상조사가 이뤄진다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며 "행안부 장관이 책임지고 사퇴한 뒤 조사 대상이 돼야 한다"고 압박했다.

전호일 전공노 위원장은 "이 장관은 사고가 발생하자 '경찰과 소방인력 배치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메뉴얼이 없다' 등 책임 회피로 일관했다"며 "자신의 사퇴론에 대해선 '현재 위치에서 제가 할 일을 다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재발방지책 마련이 더 급선무'라고 선을 그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지고 처벌받아야 하는 사람이 뒷수습하고 재발 방지하는 것이 맞냐"고 따져물었다.

현장발언에 나선 김주형 소방본부장은 “특수본의 압수수색과 용산서장과 지휘팀장의 입건 소식을 들었다. 왜 그분들이 책임을 져야 하는 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소방공무원 노동조합은 이 장관을 업무상과실치사와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소방노조는 오는 14일 고발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고발을 대리하는 최종연 변호사는 11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소방과 경찰 모두에 대한 총지휘 책임을 행안부 장관이 지고 있는데, 현재 하위 직급에 대한 개별적인 행위 책임만 묻고 있다”며 “총지휘 책임자로서 358명의 사상자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도 지난 1일 이 장관을 오세훈 서울시장과 함께 직무유기 혐의로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