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희생자들 이름 호명하며 안식 기원
"애도는 패륜이 아냐"
"유가족들에게, 이웃 아픔에 공감하는 사람들 많으니 힘내시라"
◆…14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10.29 이태원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미사를 봉헌했다. [유튜브 서울의소리 방송화면 캡처]
지난 10월 29일 핼로윈 축제를 즐기러 나왔다가 발생한 이태원 참사에 대해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14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추모 미사를 진행했다.
사제단의 김영식 대표신부는 15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마음껏 슬퍼하지 못하는 유가족이나, 이 아픈 희생을 보면서 위로를 전하고 싶지만 전할 도리가 없었던 시민들에게 애도는 절대 패륜이 아니고, 이웃의 아픔과 고통에 대해 연민을 갖고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힘내시라는 추모 미사를 올렸다"고 설명했다.
김영식 신부는 어제 미사에서 희생사 한 분 한 분을 호명한 이유에 대해서 묻자 "가톨릭 교회에서는 모든 죽은 이들을 위해서 기도하는 연도(煉禱·연옥에 있는 영혼을 위한 기도)의식이 있다"면서 "살아있는 사람들이 성인들의 이름을 또 죽은 사람들의 이름을 한 번씩 부르면서 드리는 호칭 기도"라고 말했다.
이어 "10.29 참사로 희생된 사람들의 영혼도 하느님의 품 안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라고 한 분 한 분 이름을 정성껏 불렀죠. 이름을 부르면 패륜이라고 하는데 이름을 부르면서 기도하는 것이 패륜이라면 백 번이고 천 번이고 패륜하는 기도를 해야 되고요. 기도함으로써 패륜하는 사람들의 길동무가 되는 것이 기도해야 할 사제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신부는 또 '어제 인터넷 매체에서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것을 두고 논박이 있는데 그런 부담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부담은 전혀 없었다"고 담담하게 밝혔다.
그는 "희생자들을 호명하는 것이 어떤 정치적 프레임에 갇혀서, 이리저리 휘두르는 사람들에게 이런 프레임 속에 시민들의 자유를 옭아매지 마라, 그리고 가능하면 모든 사람들이 마음껏 슬퍼하고 마음껏 서로 토닥여주면서 정부도, 시민도, 희생자도, 유가족도 다 함께 내일로 걸어가는 시대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 닥쳐오게 될 여러가지 부담이나 이런 것들은 그런 희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추모 미사를 계속 이어 갈 생각이냐는 질문에 "다음 주 정의구현사제단 월 모임이 예정돼 있는데 아마도 그 자리에서 향후 추모 미사를 계속할지 여부에 대한 논의가 있을 같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김 신부는 "앞으로 이 미사를 계속 드리게 된다면 그만큼 정부나 여당이 계속해서 강제된 침묵 속에 애도를 하도록 만들고 또 원인 규명 제대로 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책임자 처벌 꼬리 자르기 하겠다는 그런 이야기 아니겠습니까?"라고 반문하면서 "그렇다면 추모 미사의 책임은, 올바른 애도에 대한 여러 가지 움직임들에 대한 책임은 정부나 여당에게 있다는 걸 말해 주고 싶다"며 정부의 행태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시민언론 민들레는 전날 공개한 10.29 참사 희생자 155명의 명단에 대해 논란이 이어지자 이날 모자이크 처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