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금리인상에 따른 민간부채 상환부담' 분석
"한계기업 무분별한 지원보단 민간부채 구조조정 기회로 삼아야"
◆…한국경제연구원은 18일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가파른 금리인상으로 올해 9월부터 내년 말까지 민간(기업, 가계) 이자부담액이 33조6000억원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사진 연합뉴스)
기준금리 인상이 계속된다면, 기업·가계 대출에 대한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크게 늘어 민간부문의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18일 내놓은 '금리인상에 따른 민간부채 상환부담 분석'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행의 계속된 기준금리 인상으로 기업대출에 대한 연간 이자부담애이 올해 9월부터 내년 연말까지 최소 16조2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금리인상에 취약한 '한계기업'은 내년 연말 이자부담액(연 9조7000억원)이 올해 9월(연 5조원)과 비교해 94%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경연은 대출 연체율이 현 0.27%에서 0.555%까지 치솟을 것으로 봤다. 한계기업의 부실 위험도가 크게 오를 수 있단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자영업자의 연간 이자부담액도 같은 기간 약 5조2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자영업자 가구당 평균 94만3000원의 이자(연)를 더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자료 한국경제연구원)
한경연 이승석 부연구위원은 "경기둔화, 원자재가격 급등, 환율상승 등으로 기업 경영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금리 인상에 따른 원리금 상환부담까지 커지면서, 기업 재무여건이 크게 어려워질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금융환경 변화에 취약한 한계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 타격에 이어 이자폭탄까지 맞아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봤다.
가계살림도 더 궁핍해질 수 있다. 한경연의 분석에선 가계대출 연간 이자부담액이 올해 9월부터 내년 연말까지 최소 17조4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개별 가구 단위로 환산(부채보유 1318만 가구)하면, 연간 이자부담액은 약 132만원 증가하는 셈이다. 특히 취약차주(다중채무자이며 저소득상태 혹은 저신용인 차주)는 이자부담액이 가구당 330만원이나 늘어나게 된다. 취약계층의 생활고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단 의미다. 이는 취약차주 가구 수가 올해 9월 108만 가구에서 내년 12월에 121만 가구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가정한 결과다.
한경연은 가계대출 연체율은 현재 0.56%에서 1.02%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빚투(빚내서 투자)족이 한계상황으로 내몰리고, 가계는 물론 금융기관 건전성까지 악화될 수 있다는 게 한경연의 판단이다.
◆…(자료 한국경제연구원)
보고서는 가계부채가 부동산 시장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서, 향후 차입가계의 부채가 자산시장 변동성을 키우고 금융시스템 전체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금리인상으로 한계기업의 부실위험이 커질 뿐 아니라, 그 충격이 금융시스템 전체로 파급될 가능성도 애무 높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승석 부연구위원은 "금리인상으로 인한 잠재 리스크의 현실화를 막기 위해서는 재무건전성과 부실위험지표의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고정금리 대출비중 확대 등 부채구조 개선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현금성 지원과 같은 근시안적인 시혜성 정책이 아닌, 한계기업과 취약차주의 부실화에 따른 위험이 시스템리스크로 파급되는 악순환 방지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이 부연구위원은 "한계기업에 과도한 자금이 공급되어 이들의 잠재 부실이 누적되지 않도록 여신 심사를 강화하는 한편, 최근 기업신용을 빠르게 늘려온 비은행금융기관이 자체 부실대응 여력을 확충하도록 관리 감독을 선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