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퍼 스피커 설치에 벌금 700만원을 선고
항의쪽지를 붙이는 행위도 처벌 대상 포함
◆…자료사진:연합뉴스
층간소음 갈등으로 인해 잔혹 범죄로 이어지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명확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다. 메모도 남겨보고 선물공세에 손편지를 써서 전달해봐도 층간소음이 개선되지 않을 때가 많다. 결국 장기간 소음에 시달리는 피해자들은 정신적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고 집을 옮기는 일까지 생기고 있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층간소음 관련 민원이 코로나19(COVID-19) 이전인 2019년 2만6257건에서 2021년 4만6596건으로 1.8배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방문 상담이나 소음측정을 의뢰한 현장 진단 요청도 6만9272건에 달했다. 그러나 최근 5년간 현장 소음측정 기준 초과율은 8.2%(152건)뿐이었다.
층간소음 피해를 인정받기 쉽지 않다보니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다양한 보복 방법이 공유된다.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고무망치에서부터 우퍼 스피커까지 층간소음 보복용 도구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용후기에는 생생한 경험담까지 상세하게 올라와 있다.
그러나 자칫하면 이러한 보복 소음이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
윗집 층간소음에 보복하겠다며 우퍼 스피커를 설치해 시끄럽게 한 부부가 벌금형을 받았다.
1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3단독(판사 오명희)은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 부부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스토킹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했다.
A씨 부부는 지난해 10월 저음 전용 우퍼 스피커를 천장에 설치해 올해 1월 초까지 3달간 10차례에 걸쳐 생활 소음과 귀신 소리가 나오는 음악을 송출해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10월 시행된 스토킹 처벌법은 상대의 의사에 반해 불안감과 공포감을 주는 행위도 스토킹 행위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물건이나 글·말·부호·음향·그림·영상·화상을 보내거나 항의쪽지를 붙여 공포와 불안을 불러온다면 처벌이 가능하다.
층간 소음으로 피해를 받고 있는 주민이 오히려 스토킹처벌법의 가해자가 될 수 있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스토킹처벌법 제정을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일각에서는 법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기준도 모호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법 조항에 ‘상대방 의사에 반해서 물건을 갖다 놓는 것’ 등도 포함하다 보니 본래 취지와 달리 층간소음, 채권 추심 등도 포함된다며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