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한전 신용등급 강등 예고... 국공채 신용도에도 영향 미칠 듯
무디스 "한전법 개정 지연될 경우, 한전의 자금조달 선택권 좁아질 것"
한전 "전력 공급 차질 및 전력시장 전체 마비로 국가경제 위기 확산"
한전법 개정 무산에도 한전 회사채 인기 여전... 회사채 5200억원 발생키로
무디스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한전의 자금조달 선택권이 좁아질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한전의 회사채 발행 한도를 기존 2배에서 5배, 장관 승인의 경우 최대 6배까지 확대하는 한국전력공사법(한전법) 개정안이 부결되면서 전력산업계의 공포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한전채 발행 한도 확대를 주 내용으로 한 한전법 일부개정안을 상정해 표결에 부쳤으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대거 반대 및 기권하면서 부결됐다. 국민의힘은 즉각 발행 한도를 최대 7배로 늘리는 수정안을 제출했고,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도 조속한 시일내 개정안을 다시 올린다는 방침이지만 국회 문턱을 넘을 지는 미지수다.
무디스는 "채권은 한전의 주요 자금원으로, 내년 3월 이후로 한전법 개정이 지연될 경우 한전의 자금 조달 경로가 악화될 수 있다"면서 "운영비용과 자본지출을 주로 은행 대출과 기업어음(CP)에 의존해야 할 것"이라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한전법 개정안이 부결되면서 전력산업계도 긴장감을 나타내고 있다. 법 개정이 계속 좌초될 경우 후방산업인 기자재 제조와 전기공사 등 전력산업 전반에 대형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한전은 지난 11일 올해 30조원을 넘어서는 대규모 적자가 예상된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한전법 개정을 통한 회사채 발행 한도가 확대되지 않으면 신규 사채 발행이 불가능해진다"면서 "이는 전력구입대금 지급 불능은 물론 기존 차입금에 대한 상환 불가 등으로 전력 공급 차질과 전력 시장 전체가 마비되는 국가 경제 전반의 대위기로 확산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행 한전법은 한전채 발행 한도를 자본금과 적립금을 더한 금액의 2배로 제한하고 있으나, 30조원이 넘는 영업적자로 대규모 당기순손실이 적립금에 반영되면 내년 3월 이후에는 신규 회사채 발행이 불가능해진다.
현재 무디스가 부여한 한전의 신용등급은 한국 국가신용등급과 동일한 'Aa2', 등급 전망은 '안정적'이다. 전문가들은 만약 한전 신용등급이 강등되면 우리나라 공기업 신용등급에 대한 불신도가 커지면서 국공채 시장에도 일대 혼란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했다.
한편 한전법 개정안 부결에도 한전채의 인기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날(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날 열린 5000억원 규모 한전채 입찰 결과 2년 만기 회사채에 1조4800억원, 3년 만기 회사채에 3900억원이 몰렸다. 한전은 이 같은 여세에 2년 만기 회사채 3800억원과 3년 만기 회사채 1400억원을 발행하기로 했다.
연 6%에 육박했던 한전채 발행 금리도 낮아졌다. 2년 만기 회사채는 연 4.470%, 3년 만기 회사채는 연 4.650%에 책정됐다. 특히 2년 만기 회사채의 경우 앞서 열린(8일) 입찰에서 연 4.6%에 낙찰된 것보다 0.13%포인트나 줄었다.
IB 업계는 기관 투자가들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앞으로도 한전채의 매수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그만큼 한전이 차지하는 위상이 높다는 방증이란 게 업계의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