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커진 ‘6조 동물의약품 시장'...제약업계,'펫팸족' 공략 나섰다

미국 식품의약국, 고양이 당뇨치료제 '벡사캣' 최초 승인

동물의약품 평균개발비용 1억달러로 인체의약품 10% 수준

유한양행,CDS 치료제 '제다큐어 츄어블정' 매출 호조

카피제품 의존도 높아 시장변동성 많은 구조 개선 필요

KB금융지주가 공개한 ‘2021년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양육 인구는 전체 인구의 약 30%인 1448만명이다. 한국인 4명 중 1명이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사람들을 ‘펫팸족’(Pet+Family)이라고 부르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반려동물을 위해 지출하는 비용도 늘면서 반려동물 시장도 급성장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연관사업규모는 2015년 1조9000억원에서 2020년 3조4000억원까지 성장했고 2027년에는 6조원대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동물의약품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한국동물약품협회가 발표한 ‘2021년 동물용의약품등 생산·수출·수입실적’ 분석결과 2021년 동물의약품시장규모는 1조3481억원으로 전년 대비 10% 증가했다고 밝혔다.

미국 AHI(동물보건기구)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동물 의약품은 인체 의약품보다 개발 비용이 적게 들고 제품의 평균 수명 주기도 길다. 동물 의약품의 평균 개발 비용은 1억달러(약 1000억원)정도로 인체 의약품의 10% 수준이다. 제품 허가까지 걸리는 기간도 3~7년이다.

제약사들은 기술력을 내세워 특화된 의약품으로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의약품 연구·개발·생산 등 그동안의 노하우를 기반으로 제약사 입장에서는 충분히 뛰어들만한 사업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유한양행과 지엔티파마는 지난해 5월 국내 최초 반려견 인지기능장애증후군(CDS) 치료제 '제다큐어 츄어블정'을 출시해 국내 1300여곳의 동물병원에 판매하고 있다. CDS는 사람의 알츠하이머 치매와 유사한 질환이다. 유한양행은 올 1분기 동물의약품(AHC) 부문에서 84억5000만원의 매출을 올려 시장 우위를 선점하고 있다.

동국제약은 지난해 9월 국내 최초 반려견 전용 치주 질환 치료제 '캐니돌 정'을 내놨다. 캐니돌 정은 동물의 치아지지조직 질환과 치은염에 효과가 있는 치료제로 2020년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았다.

대웅은 지난해 한국수의정보를 인수해 ‘대웅펫’으로 사명을 바꾸고 반려동물 헬스케어 전문 자회사를 출범시켰다. 대웅펫은 대웅제약 스테디셀러인 '임팩타민'을 반려동물 전용 비타민 제품으로 개발한 임팩타민펫 강아지·임팩타민펫 고양이를 출시했다.

이외에도 대한뉴팜은 피부질환·탈모 개선 영양제 ‘RS-프로’를 출시할 계획이고 광동제약은 반려견 관절영양제 '견옥고'에 이어 '묘옥고'를 내년 초에 출시하면서 반려동물 사업 확장에 나선다.
 
임상시험 결과 벡사캣을 투약한 고양이의 80% 이상에서 혈당 조절 개선 등 당뇨 치료 효과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벡사캣 허가로 고양이도 경구용 당뇨 치료제를 사용해 당뇨를 관리할 수 있게 됐다.

벡사캣을 개발한 엘랑코 측은 로이터통신에 "내년 1분기부터 미국 수의사의 처방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이번 벡사캣 허가가 동물 의약품 시장 성장을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내 동물약품이 국제 경쟁력을 얻기 위해서는 R&D 확대를 통한 신약개발과 국제적 수준의 GMP(의약품 제조·관리)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돈환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약품관리과 사무관은 지난 6월에 열린 동물약사 업무 워크숍에서 "국내 동물약품 산업은 글로벌 대기업에 비해 R&D 비중이 적어 신약개발 비중이 작고 제네릭(카피제품) 의존도가 높아 시장 변동성에 영향을 많이 받는 구조”라며 “선진시장 공략을 위한 국제적 GMP 상호 동등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