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9월말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상 저금리 대환대출 PG 내놓아
이달 15일 현재 접수금액 약 5천억원... 목표금액의 6.3%로 저조
대상자, 가격 요건 까다롭고 신청 어려워 "그림의 떡" 전락 위기
◆…1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11월 소상공인 체감 경기지수(BSI)는 57.0으로 지난달보다 5.7포인트(p) 떨어졌다. 사진은 한산한 모습의 서울 중구 명동거리［사진=연합뉴스］
19일 금융위원회와 신보에 따르면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상 저금리 대환대출 프로그램이 이달 15일 현재 1만1839건, 접수금액 기준 5327억원이 신청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정부가 당초 계획한 목표 금액(8조5000억원)의 6.3%수준으로 매우 저조한 실적이다.
이 프로그램은 정부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고금리 이자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난 9월 30일 '저금리 대환보증 프로그램'을 내놨다. 7%가 넘는 고금리 대출을 6.5%(대출금리 5.5%+보증료 1%) 이하 저금리로 갈아타게 해주는 정책금융 상품이다.
재원은 5월 추가경정예산에서 정부가 마련해둔 신보 출연금 6800여억원이다. 프로그램 초기 신청자가 몰릴 것을 우려해 신청 시점까지 분산시켰지만 예상과는 달리 두 달이 훌쩍 지났지만 신청률이 10%에도 못 미치고 있어 금융당국을 당황케 하고 있다.
당국은 지난 9월 출시 당시 지원대상인 시중의 이자가 7%가 넘는 은행과 저축은행, 카드사 등 비은행권의 사업자 대출 규모를 약 22조원으로 추산했다. 이 가운데 40% 가량인 8조5000억원을 내년 말까지 지원하는 계획을 세웠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자격요건이 까다로운 데다 은행들도 부실리스크를 감안해 심사 잣대도 높아 신청이 쉽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정책금융이지만 ‘그림의 떡’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또한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은 탓에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이 정책금융 프로그램을 잘 모르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출 고객을 뺏기게 되는 제2금융권이나 저신용자에게 대출을 새로 내줘야 하는 은행들 모두 프로그램을 권유할 유인이 적다 보니 홍보를 제대로 하고 있지 않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대출 성격이 개인사업자 대출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가계대출로 받은 경우는 해당되지 않다는 점에 대한 불만도 토로했다.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 자영업자는 "개인사업자 대출은 1건이고, 그 외에는 모두 가계대출로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정책당국의 세밀하지 못한 정책 설계를 아쉬워했다.
금융권 관계자 역시 "이자가 7%가 넘는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썼다는 건 달리 방도가 없어서다"라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정말 힘들면 가계대출로도 사업자금을 받기 때문에 가계대출과 사업자대출이 혼용돼 있는 경우가 많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금융위 권대영 상임위원은 브리핑에서 "재정이 들어가 있는 정책지원 상품이기 때문에 엄격할 필요가 있다"면서 "연체가 됐거나 휴업 또는 폐업을 하거나, 연체의 우려에 있는 분들은 새출발기금을 통해 채무를 조정하고 만기 구조를 바꿔주겠다"고 대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그 문턱이 높다는 게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불만이다.
은행도 부실 우려에 깐깐한 잣대를 둘 수밖에 없다는 해명이다. 신용리스크에 따른 잠재 부실 우려가 그 이유다. 당초 은행권은 신보와 대환보증 출시에 앞서 보증비율을 두고 힘겨루기를 벌이기도 했다. 수차례 논의 끝에 결국 보증비율은 신보 90%, 은행권 10% 형태로 결정됐다.
현재 대환보증은 16개 시중은행(케이뱅크 이달 취급 예정 포함)에서만 신청을 받고 있다. 저축은행과 카드사, 보험사 등 2금융권의 고금리 대출을 사실상 1금융권이 떠안는 구조다. 은행권에서도 불만이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는 것도 은행권으로서는 큰 부담이 된다. 이래저래 ‘울며 겨자먹기’가 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금융당국은 저조한 실적에 지원 요건 완화 등 보완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