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일자리율 1%p 상승시 물가 0.56%p↑…韓 노동시장·물가 밀접”

우리나라 필립스곡선 기울기는 연도 고정효과(공급충격의 통제) 도입 여부에 따라 크게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연도 고정효과를 고려할 경우 빈일자리율이 1%포인트(p) 상승 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각각 0.01%p, 0.35%p 오른 반면 지역과 연도 고정효과를 모두 고려할 경우 0.56%p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은행은 20일 발표한 ‘BOK 이슈노트: 지역별 자료를 이용한 필립스곡선의 추정’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노동시장 상황과 물가는 여전히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필립스곡선은 경제학자 필립스(Alban William Phillips)가 1861~1957년 영국 자료를 이용해 명목임금 상승률과 실업률 간에는 역(-)의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인 후 거시경제 상황과 인플레이션 간 관계를 분석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로 자리매김했다.

필립스곡선 기울기가 완만하다는 것은 경제 상황 변화에 인플레이션의 반응이 크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한편 필립스곡선의 기울기가 가파르면 경제 상황 변화에 인플레이션이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고서는 필립스곡선 식별의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지역별 자료(빈일자리율, 소비자물가 상승률)를 이용해 우리나라 필립스곡선 추정을 시도했다.

분석 결과는 첫째, 우리나라 빈일자리율 및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역에 따라 작지 않은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노동시장 상황을 보여주는 빈일자리율의 경우 전국 자료는 일부 구간의 밀도가 높은 반면 지역별 동 비율의 경우 정규분포에 가까워 노동시장 상황과 물가 간 관계 식별에 더 적합한 자료인 것으로 평가됐다.

2013~22년 상반기 중 전남의 빈일자리율이 0.77%로 가장 낮았으며 제주의 빈일자리율은 1.81%로 가장 높아 두 지역 간 빈일자리율 차이가 1.04%p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 기간 중 대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19%로 가장 낮았으며 제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54%로 가장 높아 두 지역 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차이(0.35%p)가 작지 않았다.

둘째, 우리나라 필립스곡선의 기울기는 공급충격의 통제 여부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과 연도 고정효과를 모두 고려하지 않은 경우와 지역 고정효과만 고려한 경우 필립스곡선 기울기는 매우 완만한 데다 통계적으로도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연도 고정효과만 고려한 경우와 지역과 연도 고정효과를 모두 고려한 경우를 보면 필립스곡선의 기울기가 상대적으로 가파르고 통계적으로도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충격을 통제하지 않을 경우 필립스곡선의 기울기는 0.01에 그쳤으나 지역과 연도 고정효과를 모두 고려한 경우를 보면 빈일자리율이 1%p 상승할 때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56%p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돼 노동시장 상황이 물가에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노동시장 상황을 보여주는 빈일자리율의 경우 전국 자료는 일부 구간의 밀도가 높은 반면 지역별 동 비율의 경우 정규분포에 가까워 노동시장 상황과 물가 간 관계 식별에 더 적합한 자료인 것으로 평가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지역별 패널자료를 이용해 필립스곡선을 추정한 결과 우리나라 필립스곡선의 기울기는 공급충격의 통제에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공급충격을 통제하지 않은 경우 필립스곡선의 기울기가 매우 완만하였으나 공급충격을 통제한 경우 동 기울기가 가파르게 나타나 우리나라 노동시장 상황은 물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결과는 우리나라 필립스곡선이 완만하다는 최근 연구 결과는 추정 시 발생한 식별의 문제에 크게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다만 필립스곡선 기울기의 결정요인에 대한 연구는 학계 및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식별의 문제 이외 다양한 요인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고 알려져 있어 지속적인 연구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