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초부자 정책' 불수용… "다주택자 취득세 누진제 변경 반대"

정부가 다주택 취득세 중과제도를 해제시키는 방안을 살펴보는 것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이 "민주당은 변경 의사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여야 협상이 공전을 거듭하며 민생예산도 처리가 되지 않는 시점에서 초부자 정책으로 인한 여야 간 갈등만 심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0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다주택 취득세 누진제가 "집은 거주의 수단이자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싱가포르식 제도"라며 "이 제도가 완화되면 대한민국의 초부자들이 이 시가에 다시 부동산 투기에 나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제도를 해제시키는 방안을 내년 경제정책 방향 과제 중 하나로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1주택을 취득하면 1~3%의 취득세를 부과하고 있다. 2주택은 8%, 3주택 이상·법인은 12%다.

김 의장은 "이 제도를 유지해야 무주택자나 서민들이 다시 집값과 금리가 안정된 이후에 내 집 마련의 꿈을 가질 수 있다"며 "민주당은 다주택 취득세 누진제를 변경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명확히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 상향에 대해서도 "초부자들을 위한 정책"이라며 선을 그었다.

현행법은 주식양도소득세를 내는 대주주를 가족의 소득을 합산한 방식으로 따지는데 정부가 비과세 기준을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높이고, 과세 단위를 개인별로 쪼개 비과세 대상을 늘리려 한다는 것이다.

여야는 법인세 인하를 두고도 '초부자 감세'와 '기업 경쟁력'이라는 프레임으로 갈등을 빚고 있다. 야권에서는 과세표준 3000억원이 넘는 규모 기업의 법인세 인하 혜택이 상위 0.01% 대기업에 혜택이 돌아가는 것을 들며 "초부자 감세"라고 반발하고 있는 반면, 정부여당은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 내년도 경제 상황 악화를 대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야 협상이 진전되지 않은 상태로 갈등의 폭만 넓어지자 일각에서는 야권이 합의보다는 단독 수정안에 무게를 싣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민주당은 예산안 협상이 파행될 경우 자체 수정안을 통과시킨다는 방침을 내세웠지만, 결국 법인세 최고세율 1%포인트 인하를 골자로 하는 김진표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수용한 바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중재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협상이 또다시 교착되자 수정안 강행에 대한 의견이 지도부 등에서 다시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김진표 의장은 협상 시한을 정하고 여당이 수용하지 않는다면 즉시 본회의를 열어 의장 중재안이든 민주당 수정안이든 정부 원안이든 처리해야 한다"며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또한 기자간담회에서 준예산 편성에 선을 그으며 "그 전에 여야가 합의하면 좋겠으나 그렇지 않으면 마지막 카드는 주머니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합의 시한에 대해 "올해를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