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입법처, '고유가에 따른 물가대응 정책방향'
"유류세 인하효과, 4개월 정점…1년 뒷면 사라져"
"부정적 외부효과만 높여…장기적으로 채택 안돼"
"일본·호주의 자동세율조정장치 운영사례 참고해야"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최근 고유가 시 국내 유류세 인하 도입 시점은 유럽과 미국에 비해 선제적이었으나, 초기 대응 시 인하 규모와 출구전략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지난 1일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사진 연합뉴스)
휘발유·경유에 붙는 유류세를 인하하는 조치가 물가상승 충격을 완화하는 것보다는 되레 부정적 외부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유류세 인하 정책의 출구전략을 짤 때, 일본과 호주처럼 '자동세율조정장치(휘발유 소매가격 일정기준 초과시 높은 기본세율 적용, 물가 상황 연동 등)'를 운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회 입법조사처(이하 입법처)가 최근 내놓은 '고유가에 따른 물가대응 정책 동향·향후 과제'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유류세 인하로 석유류 지수의 누적 파급효과는 4개월 이내에 최고조에 이르고 서서히 감소해 1년 뒤면 그 효과는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법처는 "이러한 추정 결과는 유류세 인하와 같은 가격 통제정책은 고유가 시 정책적 여력이 가능한 범위에서 최대한의 인하 폭으로 단기간(6개월 이내)에 집중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물가안정에 효과적이라는 것을 방증한다"고 했다.고유가에 대응하기 위해 유류세를 낮추는 건 정부가 손쉽게 꺼낼 수 있는 카드다. 정부는 2021년 11월 유류세 기준세율을 20% 낮춘데 이어, 지난해 7월엔 법정한도인 37% 수준까지 늘렸다. 올해 1월부턴 유류세 인하 폭을 25%(휘발유)로 축소했다.
주요국에서도 유가 급등에 대응하고자 유류제품 가격에 직접 영향을 주는 개별소비세 인하 등을 시행한 바 있다. 작년 2~6월 미국의 조지아·메릴랜드·코네티컷·플로리다주는 휘발유에 붙는 개별소비세를 완전히 면제(100% 인하)하는 조치를 단행했고, 호주(50%)·독일(46.3%)·이탈리아(34.2%) 순으로 인하 폭이 컸다. 입법처는 "우리 정부가 타 국가에 비해 이른 시기에, 또한 두 차례에 걸쳐 유류세를 단계적으로 추가 인하함에 따라 유류제품 최종가격의 변동 폭을 비교적 낮게 유지했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했다.
사실 유류세 자체가 대기오염이나 교통혼잡과 같은 교정에 대한 목적을 갖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땐, 유류세 인하 정책을 장기적으로 운영해선 안 된다는 시각이 짙다. 입법처도 "장기간의 유류세 인하는 탄소중립이라는 세계적 추세의 환경적 가치에도 반하는 결과를 불러온게 된다"고 했다. 여기에 소득수준이 높아질수록 유류세 인하에 대한 혜택을 더 많이 받게 되는 역진성의 문제도 있다.
이 때문에 유류세 인하 정책의 출구전략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단 목소리다. 입법처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개별 사례에 대한 정책적 판단에 전적으로 맡길 것이 아니라 유류세 인하의 시점, 기간, 규모 등 주요 정책 요소에 대한 체계적인 결정 체계를 마련해 나가는 것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꺼낸 게 일본과 호주의 사례다. 일본은 트리거 조항을 통해 일반휘발유의 평균 소매가격이 일정 기준(3개월 연속, 리터당 160엔)을 넘어서면 휘발유세 특례세율(리터당 53.8엔)의 과세가 중지되고 기본세율(리터당 28.7엔)이 적용되는 제도를 운영했다. 다시 3개월 연속 리터당 130엔을 하회하면 특례세율이 적용되는 구조다. 호주는 매년 2회(통상 2월과 9월) 소비자물가지수에 맞추어 유류세율을 변동시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