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과잉유동성 몰리면서 자산가격 급등 비효율 나타나”
금감원 “고금리 장기화로 부동산PF 부실 우려”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3 힘내라 우리경제 도약하는 한국금융' 세미나 모습.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며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기업들이 고금리 시대에 맞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금융당국은 긴밀한 공조 체제를 통해 시스템리스크로의 전이를 막겠다는 방침이다.
이정욱 한국은행 금융안정국장은 4일 국회에서 열린 ‘힘내라 우리경제, 도약하는 한국금융’ 세미나에서 “한국은행을 포함한 주요국 중앙은행이 가파른 금리인상을 단행한 의미를 짚어볼 때”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국장은 “한은의 금리인상은 물가상승 압력 때문이 아니라 시중에 있는 돈의 양을 급격히 줄여가는 과정”이라며 “돈이 정확한 가격을 이루지 못하면 자산가격 급등과 같은 비효율이 나타날 수밖에 없어 기준금리를 올리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보다 낮은 기준금리를 유지하자 과잉유동성이 주식·채권·부동산 시장에 몰렸다”며 “돈의 흐름이 실물성장보다는 고수익을 추구하는 금융부문에 머물러 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요국의 인플레이션이 지속하는 만큼 우리나라도 적어도 지금 수준 이상의 고금리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기관이 저금리 시대에 유지했던 자산운용과 자금조달 방법에 변화를 주지 않으면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는 것이 금리인상이 주는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이 국장은 경제주체들이 고금리 시대에 맞는 효율적·안정적인 투자·소비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금융기관들은 10년간 저금리 기조를 바탕으로 충분한 자본력을 쌓았고 금융당국도 과거 대비 높은 위기대응능력을 갖췄다”며 “저금리 기조에서 수익을 추구하던 전략을 수정해 비용 절감이 아닌 혁신, 신성장 동력에 주목할 때”라고 봤다.
한편, 정우현 금융감독원 감독조정국장은 “고금리가 장기화되면 취약차주가 얼마나 버틸지 우려된다”며 “가계부채가 늘어난 상황에서 취약차주의 상환능력에 문제가 생겼을 때 중소 금융사가 과연 이를 견뎌낼 수 있을지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23년에도 고금리가 얼마나 지속할지, 최종금리는 얼마나 될지 알 수 없는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취약차주의 상환능력 변화가 금융사에 어떤 충격을 줄지, 시장변동성 확대로 금융상품에 어떤 영향이 나타날지 계속 살펴볼 생각”이라고 부연했다.
정 국장은 우리 금융의 취약부문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의 부실 우려를 들었다. 그는 “부동산시장 전망이 어두워지면 단기자금시장에서 자금을 공급하려는 유인이 줄어 멀쩡한 부동산 사업이 망가지고 건설사, 금융사 건전성 위기로 이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부동산 PF 사업장별로 사업성을 평가하는 등 강도 높게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재부와 한은, 금융위, 금감원 등 관계기관이 매일 아침 컨퍼런스콜을 하며 작은 불안요인도 공유하고 있다”며 “대손 발생에 대비해 스트레스테스트를 실시하고 대손충당금을 적립해 손실흡수능력을 갖추도록 유도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