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법인세 최고세율 1%포인트 인하에 그쳐 세액공제율 대폭 상향"
정부, 법인세 인하로 경기 부양돼 저소득층 혜택 돌아가는 낙수효과 기대
명목 법인세와 지방세 합쳐 법인세율 적용, 독일·일본보다 실효세율 낮아
◆…23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법인세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수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2022.12.23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반도체·배터리·디스플레이 등 국가전략기술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확대한다. 법인세율 인하폭이 정부안대로 단행되지 않자 대기업 세액공제율 상향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로 정부는 내년에만 3조6500억원 규모의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기획재정부가 3일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대기업 기준 8%에서 15%로 약 두 배가량 높이는 방안을 내놨다. 당초 기재부는 여당의 원성에도 반도체 세제 지원이 충분하다는 입장이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질책이 나오면서 본회의 통과한지 11일 만에 세액공제율 상향 방안을 다시 발표하게 됐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반도체 세제지원 강화 방안을 발표한 자리에서 야당과 합의를 깨고 법 개정을 재추진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법인세 최고세율을 22%로 3%포인트 인하하는 방안을 국회에 가져갔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1%포인트에 그쳤다”면서 “법인세에서 (정부의) 의도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에 투자세액공제율을 대폭 상향하게 됐다”고 답했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23일 본회의를 열어 연간 영업이익 3000억원 이상 대기업에 적용되는 법인세 최고세율 25%에서 24%로 인하하는 법인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정부가 법인세 인하로 노리는 것은 ‘낙수효과’다. 기업이 법인세 인하로 아낀 여윳돈을 투자에 쓰면 경기가 활성화할 수 있다는 논리다.
◆…신장식 변호사 사진:TBS '신장식의 신장개업' 방송 캡처
이에 신장식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TBS '신장식의 신장개업' 뉴스브리핑에서 "낙수 효과는 완전히 틀리다"라고 주장했다. 신 변호사는 "전 세계 신자유주의 전도사인 'IMF(국제통화기금)'가 2015년에 낸 보고서에 따르면 (법인세 인하로 인한) 낙수 효과는 완전히 틀린 논리라고 했다"고 전했다.
낙수 효과는 법인세를 낮춰주면 초부자들이 돈을 벌어서 투자가 많이 일어나고 경기가 부양돼 저소득층도 돈을 많이 벌게 된다는 '트리클다운(Trickle-down)'을 말한다.
이어 "IMF가 150여개국 사례를 분석했더니 오히려 상위 20% 소득이 1%포인트 증가하면 5년간 성장이 연평균 0.08%포인트 떨어진다고 했다"며 "부자들이 돈 벌어봤자 성장률이 안 올라간다는 의미"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IMF의 150여개국 사례 분석 결과가 있는데 1960년대, 70년대, 80년대 초반 얘기인 낙수 효과 얘기를 아직도 하고 있냐"면서 "자본주의 천국이라는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도 낙수 효과는 단 한 번도 작동한 적이 없다라고 선언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9월 20일 자신의 트위터에 "낙수효과 이론에 진절머리난다"며 "낙수효과는 없으며 우리 정부는 저소득 계층에서부터 경제를 일으켜 세우겠다"고 적은 바 있다.
또 신 변호사는 우리나라 법인세율이 높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며 해외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명목 법인세 25%에다가 지방세 2.5%를 같이 부과해 실제 세율은 27.5%"라며 "엄청 높아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우리나라 법인은 중앙정부에도 법인세를 내고 지방정부에도 따로 법인세를 낸다. 2021년 기준 중앙정부에 최고 25%, 그리고 지방세(국내의 경우 지방소득세 및 농어촌특별세 법인세분) 2.5%까지 총 27.5%를 적용받는다. 2022년 기준 OECD 회원국별 법인세율 데이터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38개 회원국 중 9번째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좀 더 타당한 비교 기준으로 최고세율이 아닌 '실효세율'을 지목하고 있지만 법인세 실효세율에 대한 공식적인 데이터도 없고 국가 간 비교도 어려운 실정이다.
◆…지방세 포함기준: 2021년 한국 법인세 최고세율 27.5%로 OECD 국가 중 11위 수준 표:2022 조세수첩
신 변호사는 이어 "독일, 일본의 중앙정부 법인세 최고세율은 각각 15.8%, 23.2%다. 독일은 명목 법인세율은 15.8%이고 지방정부에 내는 법인세는 14.1%여서 실효세율은 29.9%다. 일본도 실효세율이 29.7%다. 두 국가 다 실효세율로 따지면 한국보다 높다. 미국은 25.8%, 프랑스도 28.4%다"라며 "이번에 법인세를 깎아주는 즉 실효세율로 가면 OECD 회원국 중 중간 정도로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이것을 다 떼놓고 25%라고 하는 숫자만 놓고 얘기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