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의 수혜 대상 편중돼 있고 서민을 위한 주거 정책은 약해"
"임대차 3법, 사회적 비용 부담했고 취지가 좋아 유지해야"
"주간동향조사는 실제가격 아냐...국토부 전수 거래 건으로 확인"
"연도별로 비교해 거래량이 터지는 시점이 집 구매 시점"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우) 사진: KBS라디오 '홍사훈의 경제쇼' 방송 캡처
부동산 시장이 급속히 얼어붙자 정부가 팔을 걷어 부치고 부동산 규제 완화에 나섰다. 서울 전역과 경기 과천, 성남(수정·분당), 하남, 광명만 남겨두고 부동산 규제지역을 대폭 해제했다. 강남 3구와 용산을 제외한 서울 전 지역과 과천, 성남(분당·수정구), 하남, 광명 지역에는 완화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가 적용된다. 대출을 받을 수 없었던 2주택자도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또 규제지역과 분양가 상한제 대상 지역에 대한 전매제한·실거주 의무도 대폭 완화되고 최대 12억원까지만 가능했던 중도금 대출 규제 역시 풀기로 했다. 1인당 5억원으로 제한했던 중도금 대출 한도도 폐지돼 오는 3월부터는 분양가와 관계없이 모든 주택에서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다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는 남겨두기로 했다. DSR 규제는 상환해야 할 대출 원리금이 소득 대비 일정 비율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다.
'부동산 트렌드 2023'의 저자인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12일 KBS라디오 '홍사훈의 경제쇼'에서 최근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를 두고 "집 없는 서민에 대한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결국은 부자들을 위한 정책들이 다 나온 것이지 집 없는 전세나 월세 사는 서민들에 대한 정책은 굉장히 약하다"며 "정책의 수혜 대상을 봤을 때 굉장히 편중돼 있고 과연 실효성이 있느냐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급적 금융규제를 완화시켜주는 게 좋은데 규제 완화 시점이 왜 지금"이냐며 "모든 사람들이 작년에 금리가 위험하다는 걸 인식해서 2023년 1월보다 2023년 12월이 더 안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래서 실효성은 없다고 본다"고 일축했다.
이어 임대차 3법과 관련해선 "전세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올라간 것이 맞다. 그러나 임대차 3법으로 인해 사회적 비용을 다 지불했다. 임대차 3법은 세입자들이 오랜 기간 동안 적정한 비용으로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취지다. 세입자들을 위한 정책인데 이걸 왜 자꾸 흔드나. 이미 정책의 부작용은 다 끝난 일인데 그 얘기를 왜 지금 하냐"며 "노태우 정권때도 전세 기간 1년에서 2년으로 늘리자 전세가격이 폭등했었다. 그러나 2년 뒤에 다시 회복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임 정부의 정책이어도 사회적 비용을 부담을 했고 취지가 좋다면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언론에서 매물을 거둬들이고 주택 하락세가 꺾였다는 보도와 관련해선 "언론은 주로 주간동향 조사라든지 매매 심리지수를 언급한다. 하지만 주간동향 조사는 부동산한테 물어봐서 조사하기 때문에 실제가격이 아니다"라며 "과거 문재인 정권 때 당시 김현미 장관이 항상 현실과 괴리된 얘기를 계속 했었다. 주간동향 조사를 갖고 얘기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실제 거래는 한 달이나 두 달 후에 국토부에서 나오는 전수 거래 건으로 확인이 된다. 주간동향지수라는 것을 계속 역으로 트레킹해보면 이 지수가 얼마큼 잘못됐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데이터 확인은 한달이나 두달 후에 봐야 된다. 괜히 어설프게 판단해서 결정할 부분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과 관련해선 "만약 둔촌주공 재건축 계약 마감일인 1월 17일까지 계약률이 정말로 80% 이하가 되는 경우에 그때는 우리나라 전국에 있는 PF시장에 피바람이 날 것이라 이번에 계약률을 높여주는 대책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이것과 별개로 PF시장의 본질적인 문제점 자체가 아직 해소가 안됐다. 작년에 고가로 분양을 했다든지 사업성 자체가 안 나오면 어쩔 수 없이 터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부동산은 정말 위험한 비즈니스"라고 덧붙였다. 부동산 PF는 금융회사가 부동산 개발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끌어와 시행사에 대출해주고 대신 이자를 챙기는 방식을 말한다.
김 교수는 PF부실 채권을 신속히 인수하는 배드뱅크 설립에는 찬성하지만 국민들 세금이 투입되는 것은 반대했다. 그는 "LH 등 공공기관이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적정한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문제"라면서 "지금 단계에서는 상황을 봐서 시장에 맡길 수 있는 건 맡겨야 된다. 지나치게 선제적으로 부실 사업장에 인센티브 들어가는 것도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김 교수는 DSR규제보다 매입 아파트에 대해 10년 장기 매입임대사업자 등록을 다시 허용하는 방안이 더 위험하다고 봤다. 그는 "빌라는 가격이 많이 오르는 게 아니기 때문에 임대주택 하는 건 괜찮다. 그러나 아파트 같은 경우에는 매입 임대주택으로 허용하는 순간 여기에서 각종 세제 혜택을 다 받을 수 있다. 결국 부동산을 아는 사람들한테는 부동산 투기로 인한 자본 축적의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그런데 이것을 다시 열어주고 있다. 시장이 한 번 돌변할 때는 못 잡는다. 그냥 투기 수단으로 돌변해 버릴 수가 있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지금 시장에서 집을 사면 절대 안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우선은 거래량이 터지는 시점을 보고 집을 사는게 맞다. 왜냐하면 주택구입은 단타가 아니고 장타다. 바닥에서 살 생각하지말고 무릎에서 사는 게 안전하다"며 "2010년대를 보면 가격의 최저점은 2013년 1월이었다.
폭등을 느꼈던 시점은 2016년 이후다. 2015년과 2016년에 이전 대비 주택 거래량이 폭발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월별로 보지 말고 반기 또는 연도별로 봤을 때 전년 대비 또는 전전년 대비 엄청나게 거래량이 늘었다고 판단되면 그때 매입해도 늦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지금은 2022년 11월 데이터가 풀 데이터다. 11월 서울시 거래량이 700건대다. 보통 서울시 평균 거래량은 월 6500건"이라며 "약 2주 전에 2020년 11월 거래량이 10월보다 30% 늘었다는 뉴스가 보도됐었다. 10월 아파트 거래량이 약 550건이었는데 11월에 700건이면 통계적으로 30% 증가한 게 맞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래서 심리지수 믿지 말라는 것"이라며 "서울시 평균 거래량에 훨씬 못미친다. 거래량이 평균 정도 되거나 평균 이상으로 나타나는 거 확인하고 들어가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