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에 외국인ID제도 폐지...MSCI 선진국 편입 노린다

사전등록 없이 법인 LEI, 개인 여권번호로 투자

옴니버스 계좌 활성화...사전보고 의무 폐지

내년부터 자산 10조 이상 상장사는 영문공시 의무

위 사례처럼 미국에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가 있다면 어떨까. 상당한 불편이 초래될 것이다. 미국, 일본 등 주요국은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를 운영하지 않지만 우리나라는 1992년부터 30년 넘게 유지해왔다. 이 제도는 연내 폐지된다.

24일 금융위원회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리 시장에 투자하는 데 걸림돌이 됐던 규제를 과감히 개선해 글로벌 정합성에 맞도록 선진화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19일 제6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자본시장 접근성 제고방안'을 심의‧의결했다. 이같은 제도 개선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한 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외국인 투자자가 금감원에 사전 등록하고, 투자등록번호(외국인ID)를 부여받아야 국내 상장증권에 투자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투자등록신청서‧본인확인서류‧상임대리인 계약서 등 요구되는 서류가 많고 번역과 공증을 거쳐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

또 투자등록번호별로 실시간 거래내역이 외국인투자관리시스템(FIMS)을 통해 관리되는 점이 선진국에는 없는 과도한 규제로 지적돼왔다.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가 폐지되면 금융감독원 사전등록 없이 법인은 LEI, 개인은 여권번호를 통해 투자할 수 있게 된다. 모니터링도 실시간이 아닌, 필요시 사후적으로 수집하는 방식으로 개선된다. 외국인 통합계좌(옴니버스 계좌)도 활성화된다. 통합계좌는 다수 투자자의 매매를 단일 계좌에서 통합 처리(주문·결제)할 목적으로 글로벌 운용사 명의로 개설된 계좌인데 2017년 도입 후 개설사례가 없었다.

이에 통합계좌 최종투자자의 투자내역을 결제(T+2) 즉시 보고해야 하는 의무를 폐지하기로 했다.

또 외국인 장외거래 사후신고 범위를 대폭 확대한다. 사전심사 부담을 줄이고 거래의 편의성은 높이겠다는 취지다.

영문공시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내년부터 자산 10조원 이상 상장사에 의무 적용되며 2026년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로 확대한다. 시장에서 필요한 중요 정보 중심으로 정보 접근성을 개선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국제기준에 맞춰 외국인의 투자환경이 개선돼 외국인 투자가 확대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를 폐지하는 경우에도 외국인 투자한도 관리, 시장 모니터링 등 기존 제도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외국인 투자제도는 올해 상반기 중 자본시장법 시행령 및 금융투자업 규정을 개정하고, 이후 시스템 개발을 거쳐 연내 시행된다.

영문공시의 경우 내년부터 1단계 의무화를 위해 1분기중 거래소 공시규정을 개정하고, 운영상황을 보아가며 2단계 의무화 방안을 확정‧추진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