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마지막 방역조치인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되자... '정상화 돌입'
노조 "영업시간 정상화 조치, 사측의 일방적 결정"... 가처분 신청 검토
◆…주요 시중은행과 저축은행들이 약 1년 반 만에 단축 영업을 끝내고 영업시간 정상화에 돌입한 30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은행에서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사진=연합뉴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5대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과 BNK부산·경남, DGB대구은행, 전북·광주은행 등 지방은행 등은 영업시간을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로 원상 복구한다. 외국계 은행인 SC제일은행도 기존처럼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영업한다.
저축은행 중 SBI·웰컴·페퍼·OK저축은행 등 4개 저축은행들은 이미 영업시간을 정상화했지만 40여 곳은 단축영업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의 영업시간 단축은 지난 2021년 10월 코로나19 거리두기에 따른 금융노사(금융노조-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 협의로 이뤄졌다. 당시 금융노사가 참여한 중앙노사위원회는 “정부의 코로나19 관련 방역지침 상 사적모임, 다중이용시설 제한,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전까지 영업시간 1시간 단축을 유지한다”고 의결했다.
하지만 최근 정부(중앙방역대책본부)가 지난 20일 마지막 남은 방역 조치 중 하나인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폐지안을 발표하며 영업시간 정상화에 대한 논의도 급물살을 탔다. 하지만 금융노조는 여전히 반대하는 입장이다.
지난 25일 노사간 교섭이 진행됐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금융노조는 영업시간 정상화 조치가 사측의 일방적인 결정이라고 반발하는 입장이다. 당시 노조는 영업시간을 기존보다 30분(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사용자협의회가 이를 거절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이후 사용자협의회는 금융노조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외부 법률자문 등을 통해 노사 협의가 없어도 영업시간 정상화 복구가 가능하다는 해석을 받아 30일부터 ‘영업시간 정상화’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이날 오후 금융노조 회의실에서 영업시간 정상화 관련 입장설명 기자간담회를 통해 노조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이 같은 갈등 속에 금융당국이 전면 나설 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6일 노조의 영업시간 정상화 반대를 두고 “사측에서 법률적 근거를 갖고 결정한 것”이라면서 “코로나19로 줄어든 영업시간을 정상화하는 걸 다른 이유로 반대한다면 국민 대다수가 수긍하거나 이해할 수 있을지 따져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국은 정당한 법 해석과 권한에 기초해 적법하지 않은 형태의 의사 표현에 대해서는 강하게 대응할 기조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조가 강경투쟁에 나설 경우 금융당국이 적극 개입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셈이다.
은행의 영업시간 정상화 복구에 금융소비자들은 반색하는 분위기다. 은행에 영업시간 단축으로 많은 불편을 겪었다고 밝힌 한 회사원은 영업시간 정상화 소식에 “반가운 일”이라고 짧게 답했다.
은행 내부 구성원 중에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그간 영업시간 단축으로 근무시간이 줄었다는 긍정적 반응도 있지만 업무량 자체가 줄어든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이들은 고객의 은행 방문가능 시간만 줄어든 것이지 내부 직원의 퇴근시간이나 업무량이 비례해 줄어든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게다가 단축 영업시간으로 고객의 불만만 커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실 비대면·온라인 금융거래가 일반화됐지만 영업점 방문 수요는 여전히 높은 상황임을 고려하면 은행의 영업시간 정상화는 당연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노조측은 단순한 영업시간 복원 시점을 못 박기는 이르며 이참에 사측과 은행의 적정 업무시간에 대한 포괄적인 논의를 이어가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전부터 노조가 주장해 왔던 ‘주 4.5일제 근무’를 포함해 ‘영업점별 영업시간 다양화’ 등 이슈에 대한 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주장인 셈이다. 이날 오후로 예정된 금융노조의 기자간담회에 관심이 더욱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