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도표를 보면 미국 인플레이션의 확실한 원인이 무엇인지 보인다. 코로나19이다. 2021년 기준으로 무려 4조 달러나 풀었다. 전세계 각국의 재정지출과 금융지원 규모가 1경500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한 미국의 재정지출은 주로 중소기업 지원, 고용과 소비 유지에 맞춰져 있다.
미국은 1인당 최대 2000달러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고 연방중소기업청(SBA) 차원에서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에 경제피해재난융자를 최대 20만달러까지 무담보로 제공하고 있다. 코로나19라는 비상사태를 넘어서기 위한 지구 모든 나라의 재정지출에 따른 빚도 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선진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125%에 이른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89%)은 물론 세계 2차대전 직후인 1946년(124%) 수준까지 치솟은 셈이다. 전무후무한 빚잔치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이번에 미국이 코로나19로 인하여 풀었던 재정정책은 헬리콥터 머니로 소비자 주머니로 직접 돈을 꽂아주고 ‘저축하지 말고 써라’였기 때문에, 4조 달러 중 해외로 유출된 비중은 매우 작다고 볼 수 있다. 미국 내 머물고 있는 달러가 인플레이션의 주된 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주된 업무를 맡고 있는 미국 연준은 무엇을 해야 할까? 인플레이션에 관하여 미국 연준은 두 개의 옵션이 있다. 금리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인플레이션이 계속 진행되도록 하거나, 금리를 올려 돈의 흐름을 막아 인플레이션을 잡는 것이다. 그리고 연준은 2022년 중반부터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빅스텝이니 스몰스텝이니 하면서 0%였던 기준금리를 2023년 2월 현재 4.50%~4.75%가 됐는데, 이는 2007년 11월 이후 가장 높다.
2월 1일 미국 연준의 파월의장은 인플레이션이 다소 완화됐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하면서 물가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물가상승율을 2%로 억제하기 위해 전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럼 코로나19로 풀었던 4조 달러를 다시 거둬들이겠다는 말이 된다. 그럼 그 예상되는 결과를 추론해보자.
미국 연준이 금리를 인상한다. 현재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미국이 갑자기 금리를 올리자 다른 나라들은 당황했다. 미국이 왜 갑자기 왜 이러지? 미국 외 다른 모든 나라들도 미국처럼 돈을 마구 풀면서, 부채를 늘리면서 금리를 거의 0%대에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미국이 금리를 올리자 전 세계를 자유롭게 떠도는 돈들, 보통은 달러로 되어있거나 달러로 바뀌어질 준비가 되어있는 돈들이 마구 미국으로 빨려들어가기 시작했다. 그 금리차이가 단지 0.25%라고 하더라고 10억달러의 0.25%면 연간 250만불의 차이가 난다.
하루에 6,849달러를 더 벌어들일 수 있는 기회이니 유동자금을 가지고 있는 금융기관이나 투기꾼들이 마다할리 없는 찬스이다. 달러가 부족해질 것을 두려워한 다른 나라들은 금리를 인상해서 국내 자본의 해외 유출을 줄어보고자 한다. 그런데 금리를 너무 빨리, 너무 높이 올리면 경제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고 자금 경색에 빠지게 된다.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보면 아직도 미국 수준의 금리를 올리지 못해서 어려움에 빠진 나라들이 대부분이다. 한국도 물론 미국 수준까지는 못 올리고 있다. 결국 세계 경제는 악화되게 되어 있다.
2. 저금리 유지, 인플레이션 방치
물론 인플레이션 억제를 진정한 본업으로 하는 중앙은행들, 특히 미국 연준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겠지만, 이제까지의 저금리를 유지하면서 인플레이션을 방치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당연히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상승하고, 국민들은 마트에서 가서 무슨 물건이든 값이 오르기 전에 사재기를 하고 경제를 불안정해진다. 그리고 정부는 돈을 더 풀고 국민은 돈을 휴지처럼 대하기 시작한다. 높아진 물건 값에 미국인들은 살 엄두를 못내고, 미국의 수입은 감소한다. 미국의 소비 수입에 의존하던 많은 수출주도 국가들의 경제가 어려워져 결국 세계경제는 악화된다.
이처럼 미국이 금리를 올리든, 올리지 않든 간에 세계 경제는 악화되게 되어 있다. 왜냐하면 세계 경제가 너무 미국에 의존하고 있고, 그런 미국은 세계 경제를 돌리고 성장시키면서 자국 경제도 성장하기 위하여 달러를 지나치게 많이 인쇄하였고, 세계는 달러 과잉이 되었다. 금본위제도처럼 경기 순환의 자율조정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달러나 위안화 등 다른 대안 통화가 있지도 않다. 금으로는 세계의 통화량을 절대적으로 감당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유통성도 훨씬 작다. 이게 현재 세계 경제가 처한 미국달러 기축통화시스템의 한계이다. 최선의 방법은 현재의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점진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당분간 혼란을 불가피하고, 달러 강세의 시기는 지속될 것이다.
홍재화 필맥스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