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 없이 '반도체 또 감세'…삼전·SK하닉 매년 2조 더 혜택

정부의 반도체 등 시설투자 세액공제 확대에

장혜영 의원 "투자효과 불확실한 법인세 감면책"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최대 15%까지 올리는 정부의 세법개정안이 입법화된다면, 메모리 반도체 선두 업체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매년 4조원에 달하는 세금을 감면받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막대한 조세지출이 발생하는데도 평가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또다시 '감세'를 추진하는 만큼 논란이 크다.

앞서 지난달 3일 정부는 국가전략기술에 관한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대기업은 현 8%에서 15%로 상향 조정하는 '반도체 등 세제지원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기존 6% 세액감면에서 8%로 올리는 세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열흘도 지나지 않아 나온 추가 감세안이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내일(14일)부터 이 개정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장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획재정부는 공제율이 25%에 달하는 '국민의힘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의 법안에 대해 세수감소가 지나치게 크다고 찬성하지 않았다. 이에 정부 독자적으로 8% 수준의 개정안을 내놨고, 여야의 예산안 협상 과정에서 합의가 이루어졌다. 그런데 법안이 의결(지난해 12월 24일)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12월 30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전략산업에 대한 세제지원이 부족하다'며 세액공제 확대를 지시했고, 기재부는 나흘 뒤인 1월 3일에 확대안을 발표했다.

장 의원은 "재계 압박에 부리나케 대통령이 나서서 기재부를 닦달하고 나흘만에 입장을 바꾸는 모습을 가히 충격적"이라며 "한 나라의 경제정책이 이렇게 특정 집단의 압력에 의해서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다면, 이는 정부가 국민을 대변하는 역할을 포기한 이익집단의 창구로 전락했음을 자인하는 것과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5년간 삼성·SK하이닉스 9조원 감면"
장 의원은 "삼성전자의 2021년 법인세가 7조7000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절반에 가까운 법인세를 깎아주게 되는 셈"이라며 "최저한세율 17%가 적용된다고는 하나, 최저한세율에 걸려서 깎아주지 못한 세액은 모두 10년간 이월공제됨으로 결국 고스란히 삼성의 혜택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이 확대안으로 인해 기존(8% 세액공제)보다 삼성과 하이닉스는 매년 1조9000억원의 추가감면을 받게 된다는 소리다. 5년간 9조원이 넘는 감면액은, 법인세율을 일괄적으로 1%포인트 내렸을 때 세수감면액(5년간 13조7000억원 추정)의 67%에 이른다.

"실증분석도 없이 정책 강행"…'세수 감소 어쩌나' 우려도

더 큰 문제는 막대한 '세수감소'가 발생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거치지 않고 정책을 추진한다는데 있다.

장 의원은 "세금을 깎아준 만큼 투자가 늘고 생산성이 향상되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그런데 통합투자세액공제는 2021년 시행된 제도로서 이에 대한 분석이 나와 있는 것이 없고, 8% 공제 법안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15% 법안을 내는 것은 무모하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9년 생산성 향상시설에 대한 투자세액공제 조세특례심층평가를 보면 단기적으로는 투자효과 실적이 있으나 생산성은 거의 향상되지 않았으며, 수익성과 성장성 측면에서는 중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이 관측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삼성과 하이닉스는 이미 129조와 7조원에 이르는 현금이 있다"며 "여기에 현금을 더 쥐게 된다고 해서 투자를 늘리겠냐, 효과는 불확실하지만 세수감소는 확실한 도박적인 정책이며 사실상의 법인세 감면에 불과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본유출을 방지하는 수준에서 세제를 적절히 운영하면서 정말 우리가 취약한 영역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강화하는 산업전략을 제시하는 것이 합리적인 태도"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