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2일 성명 발표
"고통의 역사를 오로지 '민족의 문제'로 평가…식민사관 중 '정체성론' 떠올라"
"전쟁 범죄에 면죄부 건네며 일본 눈치…尹대통령, 망언 직접 사과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4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2일 윤석열 대통령의 3·1절 기념사와 관련, "역사에 길이 남을 치욕적인 망언"이며 "자유와 독립을 위해 피흘린 선열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라고 강하게 규탄했다.
민변은 이날 성명을 내고 윤 대통령의 3.1절 기념사 일부 구절을 인용해 "일본 군국주의의 야욕에 기인한 침략과 이로 인한 우리 민족의 고통스러운 역사를 오로지 우리 민족의 문제라고 평가하는 만행을 저질렀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104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하고 고통받았던 우리의 과거를 되돌아봐야 한다" "우리가 변화하는 세계사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미래를 준비하지 못한다면 과거의 불행이 반복될 것이 자명하다"고 말했다.
민변은 "우리 정부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저자세 굴종 외교를 일관하고 있고,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적법한 권리 행사를 저지하면서까지 일본 기업의 보호에 여념이 없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위 망언은 식민사관 중 소위 '정체성론'을 떠올리게 한다. 정체성론은 조선사회가 수천년간 정치와 경제, 사회 구조가 발전하지 못하고 정체했다고 지적하면서 사회진화적 관점에서 일본이 조선을 침략하고 지배하게 되었다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당시 조선에 신분 질서가 해체되고 평등한 사회를 지향하는 움직임이 나타났으며, 자본주의의 싹이 트고 있었고 실학을 비롯하여 근대 지향적 학문이 태동하고 있었음을 간과한 주장"이라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주장이 옳다고 한들 일본 제국주의의 야만적인 침략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일본정부와 전범기업의 바람대로 사죄와 배상이 빠진 안을 강제동원 해법이라고 내밀더니, 이제는 3.1절 기념식에서 식민사관을 펼쳐 전쟁 범죄에 면죄부를 건네며 일본의 눈치를 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일본을 가리켜 '과거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와 경제, 그리고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라고 칭했는데, 일본이 대체 우리와 어떤 가치를 공유하고 어떤 협력을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나, 적어도 그가 누구에게 협력하는 파트너인지만은 분명해보인다"고 일본을 협력 파트너로 규정한 데 대해 비판했다.
또 "이러한 발상이 한미일동맹에 대한 미국과 일본의 전략에 대해 별다른 고민 없이 맹목적으로 편승한 굴종적 발상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했다.
아울러 "윤석열 대통령은 망언에 대하여 직접 사과하라"며 "정부는 강제동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비롯한 일제 강점기 피해자들의 권리 보호에 책임있는 자세로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