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 매수세가 따라 붙지 않아 늘어나는 매물이 계속 소화되지 않으면 이들 아파트 역시 가격이 하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들 초고가 아파트는 그동안 '강남 속의 강남'으로 이 지역 집값의 '지지대'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앞으로 집값 하락이 본격화될 경우 강남권 다른 단지들은 물론 분당 목동 등에 대한 파급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돼 주목된다.
○초고가 아파트도 '팔자' 시작
9일 일선 중개업소에 따르면 총 가구수가 449개에 불과한 삼성동 아이파크에서는 10개 정도의 매물이 몇 달째 팔리지 않고 쌓여 있다.
호가는 55평형은 30억원,59평형 32억원,73평형은 45억∼50억원 등으로 아직 지난 5월 말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거래는 체결되지 않고 있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지난 3,4월만 해도 매물이 아예 없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며 "매물을 직접 내놓지 않았지만 팔 수 있는지를 문의하는 집주인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삼성동 아이파크 등 강남지역 초고가 아파트에서도 매물이 점차 늘어나면서 호가 하락이 가시화되고 있다. 사진은 중개업소에 붙은 도곡동 도곡렉슬의 급매물 광고.
도곡동 타워팰리스에서는 48,57평형 등의 매물 20∼30개가 중개업소에 나와있다.
3·30대책이 나오기 직전보다 매물이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호가는 1억∼2억원가량 내려 57평은 22억5000만원,72평은 29억∼30억원 선에 이른다.
B공인 관계자는 "일부 가구에서는 양도세 면제 혜택이 부여되는 '특례 아파트'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를 놓고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며 "만약 특례 아파트로 간주될 경우 매물이 훨씬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도곡동 도곡렉슬 역시 지난 2월 입주를 마친 새 아파트라는 프리미엄이 무색하게 매물이 30개가량이나 나와 있다.
C공인 관계자는 "우리 업소가 보유한 물량만 15가구나 된다"며 "잠재 매물까지 합칠 경우 30개 정도에 이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곡렉슬 26평형은 8억5000만∼9억원에 호가되지만 급매물은 5월 말보다 2억원 정도 떨어진 7억5000만원에도 나오고 있다.
○강남집값 대세 끝나나
초고가 아파트 매물이 쌓이는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그동안 주변 중개업소를 다 뒤져도 찾기 어려웠던 매물이 나오고 있다는 점도 이전과는 다른 양상이지만,매수세가 없어 매물이 몇 달 동안 팔리지 않고 쌓인다는 것이 주목되는 변화다.
이에 대해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강화와 주택담보대출 제한 등의 강도높은 규제가 큰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웬만한 규제에도 끄떡없던 이들 초고가 아파트의 특성을 감안할 때 강남집값의 대세 하락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한 전문가는 "초고가 아파트 소유자들이 매물을 내놓고 있다는 것은 지난 수년간 지속됐던 집값 상승이 더 이상 지속되기 힘들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