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 의장이 공정거래위원회가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를 폐지하는 대신 도입하려는 순환출자 규제에 강력한 제동을 걸고 나섰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들을 불러 "경제 활성화를 위해 획기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한 시기에 (순환출자 규제를 도입하겠다니) 도대체 정신이 있는 거냐"며 호통을 쳤다는 것.정부와 함께 정책 입안의 양대 축을 형성하고 있는 집권 여당의 정책위 의장이 순환출자 규제 도입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함에 따라 공정위와 일부 시민단체들이 밀어붙이고 있는 순환출자 규제 움직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9일 전국경제인연합회와의 정책간담회에 참석한 열린우리당 한 관계자는 "강봉균 정책위 의장이 최근 한국경제신문에 보도된 공정위의 순환출자 규제 세부 검토안을 보고 공정위 관계자들을 불러 크게 호통 쳤다"고 전했다.
강 의장은 특히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 출총제 폐지를 추진하는 마당에 그것보다 더 무서운 규제 법안을 만들겠다니 도대체 제정신이냐"고 질타한 뒤 "여당이 경제 활성화를 위해 '올인'하고 있는 흐름에 맞춰 보다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와 '뉴딜'하겠다"
강 의장의 발언은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을 비롯 열린우리당 수뇌부가 투자 확대와 고용 창출을 유도하기 위해 경제 5단체와 유례 없는 릴레이 정책간담회까지 열고 있는 상황에서 공정위가 찬물을 끼얹고 있는 데 따른 불만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여권 관계자는 "순환출자 규제 방안에 대한 강 의장의 거부감이 워낙 강해 일부 언론에 알려진 공정위 안대로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 의장은 출총제 폐지 시기와 관련해서도 연내 폐지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의 또 다른 관계자는 "강 의장은 연내 정기국회에서 처리해 내년부터 곧바로 적용될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것이 재계와 추진 중인 '뉴딜' 정신과 부합한다고 보고 있다"며 "출총제를 비롯한 규제완화 방향에 대해 늦어도 이달 말까지 구체적인 모습을 재계에 보여준다는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근태 의장도 적극 지원
김근태 의장도 이날 전경련과의 정책간담회에서 출총제 폐지를 비롯한 재계의 요구를 적극 수렴하겠다는 입장을 보여 과거와 확연하게 달라진 당의 정책 노선을 뒷받침했다.
그는 "집권 여당은 입법권을 매개로 멍석을 깔아 국민과 기업의 거래를 중개하는 역할을 할 테니 기업들은 기업가 정신을 되살려 공격적인 신규 투자를 결행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 의장은 구체적으로 "출총제 폐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고 어떤 형태로든 연내에 가시화되도록 하겠다"며 "다만 재계도 어떤 사업과 투자에서 출총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는지 구체적인 사항을 국민에게 알리는 설득 작업을 병행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와 관련,김 의장의 한 측근은 "정치권 일각에선 김 의장이 재계와의 '뉴딜' 추진으로 청와대와 불협화음을 빚는 것처럼 알려지고 있지만 재도약과 추락의 기로에 직면한 국내 경제환경을 그냥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이 김 의장의 확고한 소신"이라고 설명했다.
이승철 전경련 경제조사본부장은 이날 간담회가 끝난 뒤 "당장 가시적인 성과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집권 여당이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