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협상 사실상 요식 행위”
“피해자 청구권 판결 무효화시키는 조치”
“동의하지 않는 피해자까지 채권 소멸”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을 규탄하는 촛불집회[사진=연합뉴스]
강제징용 피해 소송 대리인단의 임재성 변호사는 정부가 발표한 '제3자 변제' 방식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해법에 대해 '0점'이라고 혹평했다.
임재성 변호사는 6일 KBS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오래전부터 이 문제에 대해 평가할 때 일본의 사과가 있는지 또 피해자들에게 지급할 재원에 일본 측의 참여가 있는지에 따라서 어떠한 안을 평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의 사과가 없었다. 그리고 재원에 있어서 일본의 부담이 단 1엔도 없다"며 "점수를 줄 수 있는 부분이 없기 때문에 0점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부에서 피해자분들과의 협상 얘기가 오가지 않았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임 변호사는 "대리인들 통해서 또 피해자들 직접 만나서 설명은 있었다"고 답했다.
이어 "'한국 정부가 주도적인 해결을 하겠다' 했으나 정작 구체적인 내용에 들어가면 '안이 아직 확정되진 않았다. 일본의 사과를 받기 위해 노력은 하고 있다. 안이 확정되면 다시 찾아뵙겠다'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임 변호사는 "우리가 정부와 2월 말에 만났는데, 3월 초에 이렇게 발표한다는 게 정해져 있으면 사실상 요식 행위 아니었냐"고 지적했다.
대법원의 2018년 판결은 '피해자들의 개인 청구권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소멸하지 않았으며 일본의 식민 지배가 불법'이라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임 변호사는 "판결은 재심으로밖에 뒤집지 못하지만 이번에 정부가 대법원 판결을 사실상 무효화시키는 조치를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동의하는 피해자분들이라면 정부에서 주는 돈을 받고 채권을 포기하실 수는 있겠지만 지금 정부 핵심은 동의하지 않는 피해자라도 일반적인 공탁을 해서라도 채권을 다 소멸시키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일본 기업들의 자산을 매각하면 안 되기 때문에, 그건 일본 정부가 싫어하는 일"이라고 설명하고 있다며 "동의하지 않는 피해자의 채권까지 한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소멸시키는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는 게 소름 돋는다"고 정부의 행태를 비판했다.
임 변호사는 "정부가 본인들의 성과와 성취를 위해서 동의하지 않는 피해자들의 채권까지 모두 소멸시키겠다 하는 것이 국익이라고 포장할 수는 있겠지만 강제 동원 불법 행위를 당한 피해자 혹은 유족분들 모두를 위한 안이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한일 정부는 이번 해법을 통해 2018년 대법원 판결 이후 관계 악화의 원인이 된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매듭짓고 전면적 관계 정상화 궤도에 들어서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피해자 단체는 정부 해법이 '가해자의 책임을 면책시키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후속 파장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한일역사정의공동행동(공동행동)은 6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강제징용 피해배상에 대한 '제3자 변제' 방안 발표를 규탄하는 촛불집회를 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