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 키워야 하는데 세무사회 현 시스템으론 한계"

"다양한 업역개발‥담당 조직 상설화 필요하다"

최근 민간 연구조직인 '세무사제도발전연구소'를 설립한 정은선 세무사(前 서울지방세무사회장)가 현 세무사회 본회 업무시스템에 대한 비판을 제기했다. 세무사들의 최대 현안인 업역개발을 통한 세무사 위상제고를 뒷받침할 만큼 조직역량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 골자다.

정 세무사는 14일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이 밝히고 민간조직인 세무사제도발전연구소의 연구활동을 통해 세무사 위상제고를 위한 각종 업역개발 등 작업을 민간차원에서 지원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정 세무사는 "요즘 일반회원들에게 들어보면 장래에 대한 걱정들을 많이 한다"며 "세무사회 차원에서 업무를 개발해 회원들이 나눠 먹을 수 있는 '파이'를 키워줘야 하는데 이 같은 작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며 이는 조직화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정 세무사는 "현재의 세무사회는 회원의 권익신장을 위해 활동할 수 있는 시스템이 미비한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며 "회장 중심의 업무시스템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중요업무를 책임지고 추진할 시스템이 없다면 '큰 일'을 추진하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업역개발과 관련해 정 세무사는 "일본에서 시행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 외부감사에 세무사들이 참여하는 방안을 추진해 볼 필요가 있다"며 "조세소송 대리확보, 일부 세무사들이 제한적으로 하고 있는 컨설팅 업무에도 대다수 회원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정은선 세무사와 나눈 일문일답 전문.

□ '세무사제도 발전 연구소'를 설립하게된 동기는.

='세무대리'의 개념은 조세소송까지 포함한 광범위한 개념이다. 그러나 변호사에게 조세소송을 맡기고 전문성이 떨어지는 회계사들에게까지 세무대리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세무사제도 취지에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세무대리를 위해 세무사법이 만들어졌으니 세무사에게로 세무대리 업무가 일원화돼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개업 초창기부터 세무사회 업무에 관여하면서(조세제도연구위원)세무사제도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고 또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 지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게 됐다.

□ 세무사회 제도 발전을 위해 그 동안 어떤 활동들을 해왔는지 소개해 달라.

=초창기 조세제도연구위원으로 활동을 하면서 세무사 제도개선안 등을 정부에 건의했다. 이 후 직선 부회장(본회)을 두 번 역임했는데 당시 부회장의 실질적 업무가 세무사 제도 담당이었다. 주로 재정경제부를 왕래하면서 세무사법 개정작업에 열정을 쏟았다.

세무대리 일원화를 강력히 주장했고 세무사 징계권을 세무사회로 가져오는 일도 추진했다. 물론 당시 공인회계사 등의 반발로 인해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해 아쉽다(웃음).

서울지방세무사회장 재직시절에도 각종 새로운 업무 영역을 확대 개발하는 내용을 담은 '세무대리 선진화를 위한 연구보고서'를 만들어 본회에 보고하는 등 지속적으로 제도선진화에 대한 관심을 이어왔다.

□ 제도개선방안 추진의 주체는 본회다. 본회의 세무사 제도개선 업무추진에 대한 평가를 내려달라.

=지금 세무사회는 문제점이 많다. 이는 구조적인 문제다. 세무사회의 조직이 친목단체 보다는 회원 권익신장 측면 등 공공복리 차원에서 설립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회원의 권익신장을 위해 세무사회가 활동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부분이 미약하다. 본회장 중심의 업무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고, 업무추진에 있어서도 논리적·조직적이어야 하는데 그러한 시스템이 전무하다. '큰 일', 특히 공인회계사와 변호사가 관련된 일이라면 그들을 설득시킬 분명한 논리개발이 필요하다. 그 동안 그런 작업이 미비했기 때문에 제도발전이 더뎠던 것이 사실이다.

□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했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으며 어떻게 개선해야 되는 것인지 설명해달라.

=세무사 업무는 사실상 제한되어 있다. 그러나 숫자는 늘어나고 있다. 요즘을 보라, 기장 등 실질적 업무가 점차 줄어드는 형편이다. 특히 5억원 이하 세무조정이 없어지는 등 앞으로는 더욱 업무영역 축소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회원들에게 들어보면 장래에 대한 걱정들을 많이 한다. 이럴 때일수록 세무사회 차원에서 새로운 업무를 개발, 회원들이 나눠 먹을 수 있는 파이를 키워줘야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작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조직화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업무를 추진할 때는 상설기구가 없으면 잘 안 된다. 본회는 현재 회장 중심의 시스템이 너무 고착화되어 있다. 분업화가 필요하다. 사실 그 동안 세무사회는 공직출신, 정치인 출신 회장을 외부에서 영입을 많이 했다. 따라서 회장은 무조건 실현가능성 없는 공약만 남발했다. 항상 그런 식이었다.

세무사회가 일을 할 수 있도록 조직을 개편해서 시스템적으로 일하도록 해야 하는데 회장 혼자의 역량에 전적으로 기대다 보니까 일이 잘 되지 않았다. 회원들이 더 관심을 갖고 회원들의 의지를 모아 중요한 문제를 회의 시스템을 통해서 할 수 있도록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한가지 더 안타까운 사실은 현재 제도개선에 힘을 쏟는 이들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일정한 책임을 부여해 (업무를 추진할 수 있는)조직화 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일본처럼 말이다. 대표적으로 일본의 경우 지방자치제 외부감사제도가 있어 세무사가 참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등 업무영역이 상당히 넓다.

회계참여제도도 도입돼 운영되고 있고 '사법보좌인제도'도 시행되고 있다. 컨설팅 업무도 발달되긴 마찬가지다. 일본도 우리 나라처럼 세무대리인이 포화상태에 직면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점은 우리의 경우 새로운 업무개발 시도가 없다는 점이다. 안타깝다.

□ 좀 다른 질문이지만 과거 자동자격 폐지 시도에 대해 평가해달라. 결과적으로 업무영역 확대의 한 발로로 추진됐지만 결과가 그다지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먼저 세무사의 위상을 변호사와 회계사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직무영역확대가 가능해져야 한다. 변호사(예, 조세소송), 회계사 등이 할 수 있는 일을 세무사가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자동자격 문제, 현실은 세무사가 회계사와 변호사 자격의 일부처럼 인식되고 있다. 이런 제도하에서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당해낼 수가 있겠는가.

세무사 자동자격 폐지를 과감하게 추진했지만 결과적으로 얻은 것이 하나도 없다. 명칭만 사용하지 못하게 한 것을 두고 성공했다고 평할 수는 없다. 자동자격 문제는 오히려 퇴보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

□ 업무영역 확대, 말은 쉬운데 현실적으로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인가.

=직무나 위상에 있어서 (변호사와 공인회계사 등과)평준화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물론 굉장히 어렵다. 대부분은 불가능하고 체념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집행부는 (이 같은 제고방안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

조세소송대리, 외부감사참여 등 중요한 직무영역개발 부분의 업무는 상설연구팀을 설치해 예산을 투입해 집중연구하고 구체적인 추진전략을 세워서 지속적으로 (본회가)추진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세무사 제도발전 연구소를 만든 취지도 여기에 있다. 제도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구체적인 추진전략을 민간차원에서 주도해 본회에 적극건의하는 등 실질적인 제도발전에 공조해 보자는 취지다.  

□ 그렇다면 구체적인 업무영역 확대 방안에 대해 설명해 달라.

=우선 일본제도인 지방자치단체 외부감사에 참여토록 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지난 7월부터 지자체가 복식부기를 하도록 되어 있다. 이것은 지자체 외부감사제가 도입할 때가 됐다는 뜻이다. 지자체의 외부감사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 당연히 전담기구를 만들어 본회차원에서 업무를 조직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회장 혼자 생각대로 해서는 안 된다.

회계참여제도도 법무부에서 일정부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회에서도 건의를 해 놓고 있다. 이 제도를 '회계참여인' 자격으로 세무사가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무조건 일본에서 참여한다는 논리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세무사가 왜 참여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리를 개발해 설득을 해야 한다.

당연히 공인회계사들과 대립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을 상당히 깊이있게 연구하고 있다. 주변의 학자들도 공감을 하고 있다. 본회 차원에서 전담기구를 만들어 하나 하나 우리한테 유리한 방향으로 분위기를 이끌어야 된다고 본다.

조세소송 대리도 마찬가지다. 이 부분은 공인회계사와 합동으로 추진할 수 있다. 아울러 기존의 수익구조인 기장대리 체제에서 벗어나(물론 기장대리 영역도 축소 되서는 안 된다) 컨설팅 업무영역도 세무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세무사회가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조직적으로 추진한다면 가능하다고 믿는다.

□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달라.

=세무사회가 45년 역사를 지나오면서 환경이 변했다. 회원 수는 많이 늘었지만 직무영역, 세무사회 조직의 변화는 전무한 실정이다. 변화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마지막까지 살아 남는 사람은 변화에 적응하는 사람이다"라는 말처럼 변화해야 한다.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시스템도 없고 변화에 무심한 세무사회도 이제는 변할 때가 왔다.

중요한 제도 개선 등의 업무는 무조건 밀실에서 추진해서는 안 된다.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내놓고 회원들을 참여시켜 여론을 수렴해 가면서 해야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업무를 조직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시스템이 잘 구축되어야 한다. 회장만 바뀐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세무사 제도 발전을 위해서 세무사회 자체가 바뀌어야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