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강제징용 없었다"… 강창일 전 대사 "한국 완전 굴복시키겠다는 것" 

강창일 전 주일대사, "정략적 차원, 한-일 정상회담 앞두고 기선잡기 나선 것"

"피해자들 동의 구하지 않고, 일본 요구 100% 수용… '굴욕외교'"

"일본 기업의 사죄, 갹출, 일본 정부의 사죄"…"3가지는 협상 마지노선"

우리 정부가 지난 6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을 내놓자,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부상이 9일 강제노동은 없었다고 발언하면서 이 문제에 대한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강창일 전 주일대사는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은 더욱 고압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지금부터는 강제징용 문제를 꺼내지 마라, 이게 끝이다. 강제징용의 '강'자도 꺼내지 말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강 전 대사는 특히 "오는 16일 윤석열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앞두고 한-일 정상회담의 기선잡기에 나선 발언"이라고 생각한다며 "한국을 완전히 굴복시키겠다. 강제동원은 없었으니, 이런 얘기는 꺼내지도 마라는 식이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그는 일본이 고압적으로 나올 것을 여러 번 지적했다며 "(한국 정부가) 한번 양보했기 때문에, 이거 때리면 이제 듣는다는 식의 기분(분위기)이었을 것 같다. 아주 자존심 상하고, 화가 난다"며 이번 정부의 해법 제시에 대해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진행자가 한일 정상회담에서 나올 수 있는 진전된 안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냐고 묻자 강 전 대사는 "난감하다"며 "가서 밥 한끼 먹고, 사진이나 찍고 끝내지 말고, 윤 대통령이 역사적 사실에 대해 많이 공부하고 가서 논리적으로 (일본 총리를) 제압을 하면서 뭔가 성과물을 가지고 와 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상이 이런식으로 발언하면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총리가 할 수 있는 발언이 제한된다. 이건 일본이 나라답지 않게 꼼수를 부리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옛날에 징용령에 의해 끌려갔고, 취업 사기도 강제고, 모두 강제로 간 것"이라며 "(일본 정부가) 왜 역사에 반하는 것들을 계속 반복하면서 상식적인 사람들을 화나게 하는지 모르겠다"며 "대한민국 국민들과 일본의 양심적인 세력도 (외상의 발언을) 못 받아준다"고 탄식했다.

강 전 대사는 "김대중-오부치 선언에서 오부치 총리가 말한 '다대한 손해'에는 당연히 강제징용, 강제노동이 포함된다고 해석되는데, (현 하야시 외상의 '강제노동이 없었다'는 발언은) 결과적으로 오부치 선언에서 빠지게 된다"며 "결국 그런 식으로 우물우물 넘어가겠다는 것"이라고 일본 정부의 태도를 질타했다.

그는 우리 정부의 일방적 해법 발표가 외교적인 실패, 패착이라고 지적하면서 "한일 관계를 정상화하겠다는 의도는 참 좋다. 그러나 피해자들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절차와 과정을 완전히 생략해서 일본의 요구사항을 100% 수용한 것이 돼버렸다"며 "굴욕외교"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계속 관계 개선을 요구하고, 일본은 원하지 않는 것처럼 비춰지는데 우리쪽에서 애걸복걸해서 정상회담을 하는 것처럼 비춰지는 모양새가 연출됐다"며 "그래서 굴욕적이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행자가 '일본에 있을 때 만난 정계, 재계 인사들이 정말로 강제노동이 없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강 전 대사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며 "그럴 때는 논리적으로 설명하면 전부 수긍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상식적인 문제"라며 "강제동원이라는 개념 속에는 강제노역, 강제연행 그리고 이런 게 다 포함된 개념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그런 강제라는 개념은 이러 이런 것이다. 자기 의사에 반해서 일을 했다거나 거기 들어갔다 이렇게 하면 강제된 개념 속에 포함되는 것이라고 설명을 한다. 그러면 그 말에 수긍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공부도 하고, 논리를 갖고 일본에 정면대응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강 전 대사는 우리 정부에 대한 조언을 부탁하자 "일본 기업의 사죄와 갹출, 일본 정부의 사죄 이 세가지는 마지노선"이라며 "형식은 양국 정부에 맡겨놓는다 하더라도, 꼼수는 부리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청년미래기금 얘기도 나오던데, 청년미래기금과 나이드신 피해자와 무슨 상관관계가 있느냐.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배·보상과 청년기금이 무슨 상관관계가 있느냐"며 "일본은 왜 저렇게 꼼수를 부리는지, 또 그것을 한국 정부는 왜 받아들이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한편 정부가 지난 6일 발표한 '제3자 변제' 방식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배상 해법을 두고 '일본의 완승이며 한국의 완패'라는 비판 여론이 제기되면서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대 성명이 잇따랐다.

그럼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발표가 자신의 책임이라며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오는 16~17일 한일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어, 이 문제가 핵심 주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이 어떤 성과물을 가져오느냐에 따라 향후 정국 운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