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중 압박 전략’에 한국·일본 관계 좋아야”
“日정부 기시다 내각, 우리 양보 끌어내는 더 굴욕적 외교 할 것”
“탈 중국 경제적 문제로 관계 복원하는 외교 필요”
”미국·중국에 할 말 하라는 게 통찰의 요지”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2021 한반도국제평화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1.8.31[사진=연합뉴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에 대해 미국의 계획대로 움직이는 외교를 하고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정세현 전 장관은 14일 KBS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윤석열 정부가 잘하고 잘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이 일본 밑으로 들어가는 외교 판을 짜고 있다"며 "징용 배상 문제 같은 것도 윤 정부의 독자적인 전략이라기보다는 미국이 그리는 큰 그림 속에 우리는 꼼짝 못 하고 끌려가는 것이고 이렇게 되면 일본 밑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 전 장관은 "미국은 일찌감치 중국을 압박하고 견제하기 위해서 인도·태평양 전략(중국의 초강대국화를 견제하기 위해 태평양과 인도양을 연결하려는 전략), 쿼드(미국·인도·일본·호주 등 4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안보협의체)라는 전략을 펼쳐왔는데 이런 것들을 전개하는 이유는 간단하다"며 "미국 혼자서 중국을 감당 못 한다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다 보니 중국 근처에 있는 한국, 일본, 호주, 베트남, 필리핀까지 끌어들여서 스크럼(선수들이 하나의 집단을 형성하여 그 가운데에 넣어진 공을 발로 빼앗는 대형)을 짜고 중국을 압박해 들어가는데 거기서 가장 미국 입장을 이해하고 심부름 잘하는 나라가 일본"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대중 압박 전략이라는 소위 큰 틀의 전략을 수행하는 데 한국과 일본 사이가 안 좋아서 중국 압박 전략에 바람이 새니까 계속 위안부 문제나 종군 징용 배상 문제 같은 것은 대충 해결하고 과거 한일관계가 좋았을 때로 돌아가라는 식으로 압박한다"고 설명했다.
정 전 장관은 "미국이 대중 압박 전략을 강화해 나가는 최일선에 지금 둘이 나란히 서 있는데 그러려면 한국과 일본 사이의 관계가 좋아야 한다는 것이 미국의 기본 입장"이라며 "근데 이미 꼼짝 못 하고 끌려갈 수밖에 없는 식의 판을 정권 초부터 짰기 때문에 지금 와서 돌아서 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일본 정부 기시다 내각의 태도로 봐서는 더 굴욕적인 우리의 양보를 끌어내는 식으로 외교를 할 것"이라며 "이미 그런 식으로 미국의 수요를 충족시켜주는 외교로 가다 보니까 일본 말을 들어주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고 이러다 보면 독도 문제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그는 "미국의 이익이 우리의 이익이고 일본의 이익이 우리의 국가 이익이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참모들이 주변에 있기 때문에 우리의 외교 이익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전 장관은 "경제 수석이 탈 중국을 공식적으로 표방을 했지만 지금이라도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도 중국과의 관계를 다시 복원하는 그런 외교를 할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며 "미국에도 할 말 하고 중국에도 할 말 하라는 게 '통찰'(정 전 장관의 회고록)의 요지"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