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금년도 공인회계사(CPA)시험 운영에 지출한 비용은 상반기 현재 7억7000만원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수험생들이 부담하고 있는 5만원(1인)의 응시료 수입 4억9235만원을 제외하면 2억7765만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응시수수료를 인상하기 이전인 2004년 손실액이 5억7636만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크게 줄어든 수치이지만 여전히 CPA시험의 운영을 위해 적잖은 금감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과 증권회사를 비롯한 금융회사들의 분담금으로 채워지고 있는 금감원의 운영비가 CPA시험 운영비로 투입되고 있는 것.
17일 CPA시험을 관리하고 있는 금감원 회계제도실에 따르면 금감원은 CPA시험 운영에 2004년 6억2282만원, 2005년 7억498만원, 2006년 7억7000만원(잠정-시험진행중)씩을 지출해왔다.
지출액이 해마다 조금씩 증가하고 있지만 응시료 수입을 지난해 수험생 1인당 1만원에서 5만원으로 인상한 이후 적자폭이 그나마 줄어든 것이다.
금감원은 응시료가 1만원이었던 2004년의 경우 5억7636만원(응시료 수입 4645만원)을 특별손실금의 명목으로 부담, 6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수험생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응시료를 500% 인상(1인당 5만원)하는 한편 재정의 운영도 국가가 아닌 금감원이 할 수 있도록 운영권을 재경부에서 넘겨받았다.
이에따라 수험생 수가 대폭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응시료 수익은 2005년 6억420만원으로 증가해 전년도 6억원에 가까운 적자에서 1억원대로 적자폭을 크게 줄였다.
그러나 2006년 다시 응시생들이 줄어들면서 응시료 수익은 4억9235만원으로 줄었고, 2007년부터 적용되는 시험제도가 일부 개정되면서 시험준비금은 늘어났고 금감원의 적자(부담금)는 2억7765만원으로 증가했다.
응시료는 수험생이 부담해야한다
회계제도실 관계자는 "수험생을 상대로 흑자를 낸다는 것도 말이 안되지만 금융기관의 분담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금감원의 예산을 지속적으로 갉아 먹고 있는 것도 구조적인 모순"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미국 AICP(미국공인회계사) 시험의 경우 응시료가 한화로 50만원 정도로 운영되고 있다"며 "국가에서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한 장기적으로는 추가적인 응시료 인상이 불가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은 더욱 어려울 전망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증권감독원 시절부터 계속 그렇게(금감원 부담으로) 운영돼 왔던 것"이라며 "공무원 시험도 아니고 개인의 자격 시험에 국가 재정을 투입하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관계자는 또 "응시료를 5만원으로 인상한 것도 응시료의 현실화를 위해 한 것이지만 결국 응시료는 개인이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험 운영비 거품은 없나
현재 1차와 2차시험으로 나눠 실시하는 CPA시험은 1차의 경우 과목당 4인의 출제위원(경영학은 5인)들이 구성돼 합숙의 형태로 외부 유출을 차단해 출제하고 채점을 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1차시험에 들어가는 출제수당은 이번 2006년 시험을 기준으로 1억원 정도.
2차시험에는 모두 20명의 출제위원이 참여하는데 1차시험이 OMR카드 형식으로 기계채점이 가능한 반면, 2차시험은 주관식으로 출제위원들이 직접 채점도 하게된다.
2차시험의 출제비용은 약 4800만원, 채점비용은 8100만원으로 대략 2주간 합숙으로 생활하기 때문에 숙박 및 식대 등이 포함된다.
여기에 출제위원들의 이동비와 초빙료 등 순수 수당이 1인당 약 30만원 정도가 매일 들어간다.
금감원에 따르면 출제와 채점에 들어가는 비용만 5억원 이상으로 사실상 올해 지출된 7억7000만원의 60%이상을 출제·채점 위원들에게 사용하고 있는 것.
여기에 시험관리에 투입되는 금감원 직원들의 인건비는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금감원의 인적, 물적 적자는 더 커진다.
금감원 관계자는 "출제위원들에게만 투입되는 비용이 70%에 가깝지만 사실상 그 정도의 돈이 아니면 출제나 채점에 참여할 교수들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인회계사 자격이 취업일선에서도 큰 힘을 쓰지 못하는 등 인기가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CPA시험의 1차시험 응시인원은 2004년 1만2897명에서 2005년 1만52명으로 줄었고 2006년에 다시 9008명으로 줄어들어 1996년 이후 처음으로 1만명을 밑돌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