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슈퍼주총 주간'... 신한 진옥동·우리 임종룡 선임에 관심 집중

4대 금융지주, 23일부터 주총... 국민연금 반대 속 회장 선임에 관심 쏠려

尹대통령 '소유 분산 기업 스튜어드십 코드 작동' 발언 이후 첫 의결권 행사

금융권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주총 시즌의 반짝 이슈... 영향력은 제한적"

신한금융지주를 시작으로 국내 4대 금융지주가 이번 주 정기 주주총회가 이번주 잇따라 열린다. 이번 주주총회에서는 금융지주 신임회장에 대한 승인과 사외이사 교체, 배당 등 주요 안건이 오를 전망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23일 신한금융지주를 시작으로, 다음날인 24일에는 KB·하나·우리금융지주가 정기 주주총회를 연다. 이번 주총에서 단연 눈길을 끄는 안건은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을 이끌 새 회장 선임이다.

최종 후보 결정 절차까지 우려곡절을 겪은 만큼 선임된 회장들이 내놓을 메시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리딩금융을 탈환한 신한금융은 진옥동 전 신한은행장을 조용병 현 회장 뒤를 잇는 지주회장 후보로 추천했고, 우리금융은 금융위원장을 역임한 임종룡 전 NH농협 회장을 손태승 현 회장 후임으로 결정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진옥동 내정자는 은행장 사퇴 이후 별다른 움직임 없이 내부에서 조용히 회장직 인수에 몰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임종룡 내정자는 최종 후보로 낙점된 이후 노동조합과 소통은 물론, 전면적인 조직 개편과 인사개편을 단행하며 우리금융의 미래방향을 설정하는 등 분주한 날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진 내정자의 선임은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앞서 국민연금공단이 지난 16일 주주총회에서 진 내정자 선임 안건 반대표를 행사하기로 결정한 게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민연금은 당시 진 내정자가 신한은행장 시절인 2021년 4월 금융당국으로부터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로 '주의적 경고' 징계를 받은 점 등을 들어 주총에서 반대표 행사 방침을 밝혔다. '기업가치 훼손' 명분의 반대 입장이다.

이 같은 결정은 앞서 윤석열 대통령의 '소유 분산 기업에 대한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 작동' 발언 이후 나온 국민연금의 첫 번째 의결권 행사라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국민연금이 금융지주 회장 선임과 관련해 반대표를 행사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20년 조용병 신한금융·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에 대해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 침해 이력' 등의 이유로 모두 반대 결정을 내렸다. 다만 조 회장과 손 회장 재선임 안건은 주총에서 그대로 통과됐다.

반면 같은 해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선 국민연금은 찬성 의결권을 행사했다. 지난해에도 국민연금은 하나금융지주 주총에서 당시 함영주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에 찬성 의결권을 행사했다.

당시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탁위)는 윤 회장의 선임 찬성에 대해 "KB금융지주 이사회의 KB증권에 대한 감시·감독 의무소홀 우려는 있으나 금융위원회 등 국가기관의 1차 판단이 이루어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찬성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탁위)의 상반된 결정에 대해 '일관성 없는 주주권 행사'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국민연금은 현재 하나금융 지분 8.78%를 비롯해 KB금융 지분 7.95%, 신한금융 지분 7.69%를 가지고 있는 최대주주다. 또한 우리금융의 경우 우리사주를 제외하면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나 자문기관의 금융지주에 대한 의결권 행사가 주총 시즌에 반짝 이슈가 되지만 결과적으로 영향력은 제한적"이라며 "외국인 지분율이 60%를 넘고 우호 지분이 상당 부분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의 반대표 행사에도 불구하고 금융지주 회장 선임에는 크게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 같은 배경에는 우리사주조합은 물론 전체 지분 중 상당량을 보유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참고하는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기관 ISS가 신한금융 진 회장 내정자와 우리금융 임 내정자에 대해 찬성 의견을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안건이 통과되면 진 내정자와 임 내정자는 본격적으로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이 외에 신한금융은 올해 초 취임한 정상혁 신한은행장을 지주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도 표결에 부친다. KB금융의 경우는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 6명 중 3명 교체와 기존 사외이사에 대한 임기 1년 재선임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아울러 하나금융은 이승열 하나은행장을 지주 비상임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오는 30일에는 DGB·JB금융지주가 이달 말에는 NH농협금융지주 주총이 열린다. NH농협금융은 올해 초 지주 회장과 행장을 모두 교체했다. 이번 주총은 이석준 NH농협금융 회장과 이석용 NH농협은행장에 대한 단순 승인 절차인 셈이다.

아울러 이번 주총에서 4대 금융지주는 배당 성향 확대를 결의한다. KB금융은 배당성향을 26.0%로 유지하면서도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 소각한다. 신한금융의 지난해 결산 배당금은 865원이며 배당성향은 22.8%로 결정했다.

하나금융은 27.0%, 우리금융은 26.0%로 전년 대비 각각 0.4%포인트, 0.7%포인트 상승했다.

이와 함께 정치권과 언론의 '은행권 돈 잔치' 비판에 대한 대응책으로 내놓을 상생금융안에 대한 관심도 높다. 또한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에 이어 스위스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CS) 유동성 문제로 불거진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에 대한 위험 분산 및 유동성 확보 전략 등도 큰 관심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