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도래 14조원 중 58.4%가 브릿지론
26개 증권사 자기자본대비 양적부담 평균 44.2%
중소형사, 지방·비아파트 비중 ↑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일대 [연합뉴스 제공]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만기도래 금액 가운데 절반 이상인 브릿지론(고금리 단기대출)이 증권사의 단기적인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브릿지론의 위험부담 수준에 따라 업체별 자본적정성이 차별화될 전망이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3일 '증권사 부동산금융 손실 시나리오테스트-브릿지론 위험 부담 수준이 자본적정성 차별화 핵심 요인'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한신평에 따르면 최근 PF 유동화증권 시장은 지난해 4분기의 급박했던 상황에 비해 다소 안정화된 모습이다. 신용등급 A1 증권사 자체발행 및 PF 유동화 단기사채의 유통금리는 하향 안정화됐고 PF 유동화물과 자체 발행물 간의 스프레드도 크게 축소했다.
김 수석은 "증권사의 유동성 위기가 다소 진정된 점은 긍정적이나, 금융시장과 부동산시장은여전히 불확실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내 주택 미분양 물량은 2021년말 이후 급격히 증가해 올해 1월말 기준 7만5000호에 달했다. 절대적인 규모가 심각하진 않지만 증가 속도가 가파른 모양새다.
매매·임대 시장의 경우 매매가격 대비 분양가격 메리트가 낮아지고 높은 이자비용 부담으로 전세가격도 빠르게 하락 추세를 보였다.
◆…단기적으로 증권사가 직면한 위험요인은 브릿지론의 부실화가 될 전망이다. [한국신용평가 제공]
한신평이 신용등급을 부여한 26개 증권사의 부동산 PF 익스포저(노출액)은 총 28조5000억원 규모다. 자기자본 합산 73조1000억원 대비 39.0% 수준으로 여전사, 저축은행 등 타업권 대비 양적부담이 낮은 편이다.
사업단계 및 유형별로는 분양형 본PF(15.9조원, 56%), 비분양형 본PF (3.6조원, 12%), 브릿지론(9.1조원, 32%)으로 구분된다.
◆…한신평이 신용등급을 부여한 26개 증권사의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PF 익스포저의 양적부담은 평균 44.2%로 나타났다. [한국신용평가 제공]
대형사의 평균 부담은 35.5%, 중소형사의 평균 부담은 48.8%였다. 브릿지론 부담이 큰 중소형사가 상대적으로 부동산PF에 대한 양적 부담이 높은 모습이다.
브릿지론의 지역별 구성은 대형사와 중소형사 모두 수도권 비중이 높으나, 입지 구성의 질적 차이가 존재했다.
수도권 내 서울 비중은 대형사가 더 컸고, 수도권 내 경기 비중은 중소형사가 더 컸다. 지방에서는 대구·울산·경북 지역의 경우 대형사와 중소형사 모두 10% 내외로 높지 않았다.
입지가 취약한 지방 익스포저 규모가 큰 증권사의 경우 손실위험에 먼저 노출될 우려가 있다. 대형사 자본규모 합산 대비 총 9.0%, 중소형사 자본규모 합산 대비 총 19.6%로 중소형사가 더 취약했다. 서울·세종·광주 제외 시 대형사 6.2%, 중소형사14.4%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김영일 수석은 "자본적정성 저하 부담이 큰 업체는 적극적인 건전성 관리, 위험 익스포저 감축, 자산매각, 추가자본확충, 후순위채 발행 등 자본적정성 제고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본PF는 대형사와 중소형사 사업유형별 차이가 뚜렷했다. 대형사는 분양형 본PF의 아파트 비중이 크고 비분양형 본PF도 물류센터, 숙박시설, 오피스, 상업시설, 레저시설 등 다각화됐다.
반면 중소형사는 분양형 본PF가 오피스텔, 다세대, 지식산업센터 등 비아파트 비중이 크고, 비분양형 본PF도 물류센터에 집중된 모습이다.
◆…중소형사는 브릿지론 부담에 따라 스트레스 시나리오에서 업체별 차별화가 심화했다. [한국신용평가 제공]
PF대주단 협약 등으로 브릿지론 부실화가 진정되면 장기적으로 본PF의 분양위험, 매각위험이 주요 모니터링 요인이 될 전망이다. 김영일 수석은 "중소형사의 경우 비아파트 등 사업유형과 입지가 열위해 분양 성과가 저조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한신평은 부동산PF 관련 조정영업용순자본비율이 저하된 증권사를 집중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하이투자증권과 다올투자증권의 경우 위험 익스포저 감축, 자산매각 및 계열지원을 통한 유동성 보강 등으로 재무안정성을 높이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부실화 수준 대비 효과가 미미할 경우 부정적일 전망이다.
현대차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은 극단적인 스트레스 상황까지 가지 않는다면 신용도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측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