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美 성장률, 금융불안 심화·긴축 재강화시 최대 0.5%p 하락”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인해 야기된 금융불안이 심화되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기조를 재강화할 경우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최대 0.5%포인트(p) 하락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12일 'BOK 이슈노트: 금리인상 이후의 미국경제 상황 평가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미국경제는 빠른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유동성 상황이 덜 긴축적인 데다 민간부문도 과거보다 금리인상에 덜 민감한 여건을 갖추고 있어 예상보다 양호한 성장세와 더딘 물가흐름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했다.

금리는 큰 폭으로 상승했으나 시중 유동성은 여전히 풍부하며 재정기조도 완화적인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계·기업은 고정금리 부채비중을 크게 높여 왔으며 가계소득은 초과저축과 노동 공급부족 등으로 뒷받침되면서 금리인상의 파급효과가 제약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SVB사태 이후에도 금융불안 리스크와 함께 양호한 실물경제 흐름에 기인한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병존할 것으로 내다봤다. 가계·기업의 실질적인 부채부담이 크게 확대되기 전까지는 양호한 실물경제와 높은 물가상승 압력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은행, 부동산 등 금리에 민감한 부문에서는 금리인상 영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그간의 금리인상 리스크를 가계·기업채무자 대신 은행 등 금융부문채권자이 대부분 지고 있어 취약한 금융기관·업종에서 유동성 및 신용리스크가 언제든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SVB 파산도 리스크관리에 취약한 중소형 은행부문의 문제가 먼저 불거진 결과로 봤다.

최근 금융불안은 신속한 정책대응으로 비교적 잘 통제된 것으로 평가하면서도 향후 금융불안의 전개 양상과 관련한 불확실성은 매우 높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보유자산 가치가 하락한 금융기관과 상업용 부동산의 취약성에 대한 시장의 경계감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금융기관 규제가 강화되고 관련 업종에서의 신용긴축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높은 금리수준에 더해져 향후 미국경제를 더욱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은은 미국의 중소형 은행發 금융불안은 신용공급의 위축 정도와 연준 정책기조에 따라 금년중 미국성장률을 0.2∼0.5%p 하락시킬 것으로 추정했다.

금융불안에 따라 신용공급이 제약되는 경우(기본 시나리오) 불확실성은 크나 기본적으로 금년중 미국성장률을 0.2%p 가량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불안이 심화될 경우(시나리오1)에는 전반적인 신용긴축과 금융불안 확산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가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켜 금년 미국성장률을 0.3%p 정도 추가적으로 하락시켜 성장률을 0.5%p 낮출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불안이 완화돼 인플레이션에 대응한 연준의 긴축기조가 강화(시나리오2)될 경우에는 Baseline과 동일하게 0.2%p 정도 낮아지는 동시에 주요국 중앙은행의 긴축기조 강화를 동반할 것으로 내다봤다.

송병호 한은 조사국 조사총괄팀 차장은 "미국의 성장률 하락이 현실화될 경우 글로벌 및 국내 성장에도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금융불안이 확산되는 경우뿐만 아니라 연준이 긴축기조를 재강화하는 경우에도 우리 성장 및 물가, 외환·금융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잘 점검하고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