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최근 경상수지 변동요인과 시사점' 보고서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전선에 먹구름이 끼면서 경기 하강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무역수지 적자는 13개월째 이어지고 있고, 대외전선성 지표인 경상수지도 지난 1월 역대 최대규모의 적자(45억1670만 달러)를 낸 데 이어 2월(5억2000만 달러)까지 적자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경상수지 적자는 외환위기의 중요한 배경 원인으로도 꼽힌다. 하지만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진단은 다르다. 한국이 해외에 갚을 빚(대외금융부채)보다 받을 돈(대외금융재산)이 많아지면서 '순자산국'이 됐다는 점을 근거로, 경상수지 하락으로 인한 외환위기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KDI는 3일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현재 우리 경제의 대외건전성을 고려할 때, 경상수지 하락으로 인한 급격한 외환시장 위축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사료된다"고 했다. 사진은 부산항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는 모습.(사진 연합뉴스)
KDI는 3일 내놓은 '최근 경상수지 변동요인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론적으로 경상수지 흑자 또는 적자 그 자체가 문제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우며, 경상수지 변화의 원인을 살펴보고 거시경제적 함의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경상수지란 국가 간 상품, 서비스의 수출입과 함께 자본, 노동 등 모든 경제적 거래를 합산한 통계다. 한 나라의 기초체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크게 상품수지, 서비스수지, 본원소득수지, 이전소득수지로 구성된다.
KDI의 분석(2012~2022년)에선 세계교역량, 교역조건, 실질실효환율은 경상수지의 상승요인으로 작용하는 반면, 내수는 경상수지를 하락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교역량·교역조건이 1%포인트 오르면, 경상수지(GDP 대비)는 각 최대 0.13%포인트·0.43%포인트 올랐다. 그러나 내수가 1%포인트 증가했을 땐, 경상수지는 최대 0.60%포인트까지 떨어졌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준형 KDI 연구위원은 "최근 경상수지의 하락은 교역조건 악화에 주로 기인하며 내수회복도 일부 기여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KDI는 올해 경상수지는 지난해(GDP 대비 1.8%, 298억 달러)보다 축소된 1.0%(약 160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①세계교역량은 연간 1.4% 늘고 ②교역조건은 하락세가 둔화되며 작년 대비 1.1% 감소하며 ③실질실효환율은 올해 4월 평균 수준이 향후에도 유지된다는 가정하에서다. ④내수는 경기둔화의 영향으로 올해(2.8%)보다 낮은 2.1% 증가할 것으로 가정했다.
특히 KDI는 현 상황에서 경상수지 하락이 외환위기를 야기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은 "현재 한국의 대외건전성은 지난 아시아 외환위기 시에 비해 현저히 양호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GDP 대비 25%, 우리나라 지급 능력을 보여주는 순대외 금융자산은 GDP 대비 46% 수준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한국의 순대외자산 규모가 GDP 대비 46%이므로 향후 경상수지 적자가 1~2년 발생하더라도, 순대외자산 감소로 인한 외환위기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순부채국의 경상수지 하락이 외환위기 가능성을 높이지만, 한국과 같은 순자산국에서는 경상수지 하락과 외환위기 가능성 간의 연관성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에 거시경제정책 기조는 경상수지의 단기적 변동에 지나치게 좌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단 목소리다. 김 연구위원은 "최근의 무역수지 적자폭을 축소하는 것이 거시경제 안정을 담보하지 않을 수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통제하기 어려운 대외여건의 악화로 수출이 위축된 상황에서 무역수지 적자를 축소하려면 내수를 둔화시켜야 하는데, 이는 내수 경기와 밀접한 고용에 상당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