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남 "복수의결권 반대...재벌2세 영향력 확대에 악용될 우려"

"복수의결권 도입은 대단히 신중했어야 했다. 벤처 창업자에게 과도한 의결권을 부여해 오히려 벤처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 재벌 2세, 3세가 벤처기업을 창업하고 복수의결권을 행사해 역으로 대기업 집단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는 데 악용될 소지도 있다"

조세일보는 4일 최근 저서 '소액주주 혁명'을 출간한 김용남 변호사와 인터뷰를 가졌다. 김 변호사는 검사 출신으로 제19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현재 법무법인 '일호'의 대표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김 변호사는 1400만 소액주주의 혁명을 통해 코스피지수가 5000을 넘어 1만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전자투표제 적극 활용 △연기금의 주주대표소송 △자사주 소각 의무화 △이사의 주주이익 확인 △쪼개기상장 금지 정책 △집단소송제도 개혁 △증거개시제도 도입 △의무공개매수제도 적용 △소액주주 피해예방기구 신설 △집단지성 소액주주 플랫폼 구축 등 주식시장 10가지 룰을 제안했다.

■ 복수의결권을 도입하는 벤처기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앞으로 주식시장에 어떤 파급효과가 예상되나.
= 이미 국회 통과가 됐지만, 복수의결권 도입에 반대한다. 복수의결권이 오히려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 벤처기업 창업자가 투자를 받을 때 보통 액면가의 50배수, 100배수를 받는다. 후순위 투자자에 비해 이미 50배, 100배의 의결권을 갖고 있는 셈이다. 벤처투자자 입장에서는 훨씬 비싼 값어치에 주식을 사서 투자를 했으면 적어도 그만큼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또 주주평등주의를 깨고 도입된 복수의결권이 확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재벌 지배주주의 2세, 3세가 벤처기업을 창업하고 복수의결권을 행사해 역으로 대기업 집단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는 것에 악용될 소지도 있다. 그래서 복수의결권 도입은 대단히 신중했어야 했다.

■ 기업이 내부거래로 회사 재산을 빼돌리는 '터널링'을 지적했다. 특히 공시규제가 없어 취약한 중견·중소기업의 '터널링'을 막기 위해 어떤 장치가 필요한가.
= 지배주주가 소위 '정거장'이라 불리는 개인 회사를 만들어 부당한 내부거래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장부상 영업이익이 줄어들고 기업가치가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형사적으로 보면 업무상 배임·횡령이다. 대기업 집단은 공정거래위원회 감시를 받기 때문에 그나마 덜한 편인데, 자산규모 5조원 미만 기업들은 더 심한 행태가 많다.

내부고발이 활성화돼야 한다. 검사시절 경험에 비춰보면 큰 기업에 대한 핵심적인 수사는 대부분 내부자나 퇴직자에 의한 경우가 많았다. 내부자에 대한 보호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또 지난 정부에서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을 해체한 일이 있었는데, 이런 바보같은 일은 다시는 하지 말아야 한다.

■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증시 저평가)의 원인으로 이사의 포지션 문제를 지적했다. '법적 포지션'은 상법 '이사의 충실의무'를 개정해야 한다고 봤는데.
= 현행법에서는 이사가 '회사'를 위해서 일하도록 돼있는데, 개정안은 여기에 모든 '주주'를 포함한다. 상법 개정이 안되더라도 당연히 주주에 대한 의무를 져야 한다. 상법 개정이 되기 전엔 소액주주를 위해 일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아니라, 재확인하는 의미에서 상법을 개정하자는 논의다.

■ 지배주주가 이사 지위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기업 내 포지션'을 개선하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 우리 이사회는 지배주주의 의견에 따르는 '거수기'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사 임명에 있어서 지배주주가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다보니 이사가 지배주주의 뜻대로 결정을 해주는 실정이다. 이사회의 결정으로 주주들이 손해를 입었을 때 책임을 물리는 손해배상 청구가 있긴 한데 인용사례가 너무 적다.

최근 대법원은 현대엘리베이터에 손실을 끼친 현정은 회장에 대해 1700억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대주주인 쉰들러는 9년에 걸쳐 막대한 소송비용을 들여가며 주주대표소송을 했다. 다른 주주들도 쉽게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이사들이 '지배주주의 잘못된 결정에 동의했다가는 패가망신하겠구나'라는 긴장감을 갖고 일할 수 있게 해야 한다.

■ 집단소송제도의 개혁도 강조했는데.
= 현재 집단소송은 사실상 6심제다. 집단소송의 대상이 되느냐를 두고 1,2,3심을 한다. 대상여부가 판단되면 그때 또 1심부터 시작한다. 이러다 보니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원고대리인의 건수제한도 있다. 이사의 잘못된 결정이 있을 때 누구든지 법률적인 구제수단을 통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이사들이 지배주주의 거수기 역할을 안 하게 된다.

■ 국민연금이 기업 거버넌스에 '불관여'로 일관했던 점을 지적했다. 연기금이 의결권 행사를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보나.
= 주주행동주의는 원래 연기금 같은 기관이 앞장서야 한다. 소액주주는 그 비용을 감당할 수가 없다. 수익률 제고 차원에서도 국민연금이 기업 거버넌스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경영권 분쟁이나 지배주주 의사와 반대되는 사안에 있어 기권을 한다든지 하는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궁극적으로 기업가치를 올릴 수 있는 결정에 대해 주주제안도 하고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

■ 마지막으로 한 마디.
= 우리나라 상장기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0을 왔다갔다할 게 아니라 미국처럼 4.0 수준으로 주가가 형성된다면 코스피 2500을 뚫고 올라가서 5000, 1만이 가능해진다. 장기투자를 하면 누구나 우상향 그래프를 통해 부를 실현할 수 있는 건전한 자본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소액주주가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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