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1년 외교 총평 “한국 외교ᆞ안보 정체성 명확해져”
대일 외교노선, “국제 정치적으로 이득, 국내 정치적으로 손해”
대미 외교노선, “이익공유보다 가치공유 진영”… 긍정 평가
한미일 3국 동맹 “신냉전ᆞ탈세계화 시대… 진영 선택 중요해진 것”
◆…윤석열 대통령과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일 정상 확대 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한국의 국익은 일본의 국익과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저는 윈윈할 수 있는 국익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3월 16일 일본 총리 관저, 한일 정상회담 이후 공동 기자회견)
"한국은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완전히 신뢰하며 한국의 미국 핵 억제에 대한 지속적 의존의 필요성 및 이점을 인식한다"
(지난 4월 26일 미국 백악관, 한미 정상회담 이후 공동 기자회견)
■ 尹정부 1년, '가치 동맹' 외교 노선은
윤석열 정부의 출범 1년. 문재인 정부가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의 외교노선을 통해 실리를 추구해 왔다면, 윤석열 정부의 외교노선은 자유ᆞ평화 등을 기치로 내건 '가치외교'의 노선으로 동맹국 간 신뢰 구축에 주력하면서 앞선 정부와 상반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정부의 외교 노선의 핵심은 자유민주주의ᆞ시장자본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한ᆞ미ᆞ일 삼국 간 동맹을 통한 경제ᆞ안보 협력 강화다. 그는 이것을 '미래세대를 위한 대승적 결단'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17일 일본 게이오대를 찾아 "한ᆞ일 양국 청년들이 더 나은 미래로 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고, 이어 지난 4월 30일 한미 양국의 '가치 동맹'을 강조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글을 리트윗하며 "미래세대에 온전히 넘겨야 할 값진 유산"이라고 영문으로 적었음을 대통령실이 서면 브리핑으로 전했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의 '대승적 결단'을 통한 이러한 외교 노선이 큰 반발에 직면한 것도 사실이다. 윤석열 정부가 대외적으로 밝힌 대일외교 노선은 특히 '과거사 청산' 문제에 소홀하다는 부분에서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ᆞ정치계 범야권ᆞ국내외 학계 등으로부터 질타받았다.
이에 대해 강제징용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는 지난 3월 15일 정부의 '제3자 변제안'에 대해 "왜 죄지은 사람과 배상하는 사람이 따로 있느냐"고 꼬집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3월 17일 대통령의 일본 실무방문에 대해 "오므라이스 한 그릇에 국가 자존심ᆞ강제징용 피해자 인권ᆞ역사 정의 등을 맞바꿨다"고 맹폭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1년 차. 조세일보는 국제정치 분야 전문가로부터 현 정부의 외교ᆞ안보 정책에 대한 평가, 전망, 제언 등에 대해 직접 들었다.
■ 尹정부 외교 노선 "정체성 기반, 긍정적"
이상환 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전 한국국제정치학회장)는 지난 16일 조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출범 1년 차를 맞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ᆞ안보 분야 노선에 대해 "주변 강대국에 휘둘리는 외교ᆞ안보가 아니라 정체성에 기반한 외교ᆞ안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현 정부의 '가치 공유(shared values)' 우선 외교ᆞ안보 노선이 한국의 정체성을 명확히 했음을 강조하면서 "그 (정체성의) 핵심은 자유민주주의ᆞ시장자본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와의 연대"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한 외교ᆞ안보 노선의 가치관이 "한ᆞ미ᆞ일 삼국 간 안보 협력과 경제 안보에 잘 반영돼 있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3월 16일 오후 일본 도쿄 긴자의 오므라이스 노포에서 친교의 시간을 함께하며 생맥주로 건배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대일 노선, "국제적으로 '득', 국내적으로 '실'"
이상환 교수는 윤석열 정부가 주도한 '한일관계 정상화의 득과 실'에 대해 "국제 정치적으로는 국익에 '득'이 되겠지만, 국내 정치적으로는 국익에 '실'이 된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그는 국제 정치의 측면에서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해 "한미일 삼국 간 동맹과 협력이 강화되면서 안보ᆞ경제 협력이 심화할 것"이라면서 "이렇게 중국의 (한국에 대한) 태도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된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정치 측면에서는 한일 관계 개선이 "내년에 총선을 앞둔 시점을 고려하면 국내 반일정서가 현 정부에게 계속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중장기적으로 봤을 떄는 한ᆞ일 관계 개선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 증가에 따라 국민 정서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한ᆞ일 양국 간 과거사 문제 해결'에 대해서는 "과거사 문제와 미래 협력 문제는 '투 트랙'으로 나눠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짚으면서 "정부의 제3자 변제안이 아쉽기는 하지만 한국으로서는 이게 최선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한일 관계 개선이 '신냉전'의 파고를 이겨나가는 데 한국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 소인수 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대미 노선, "이익공유보다 중요한 것이 가치공유"
이 교수는 현 정부의 대미 외교노선에 대해서 "현재 동북아시아에서는 한반도ᆞ대만 문제를 둘러싸고 한미일 삼각동맹과 북ᆞ중ᆞ러 삼각동맹의 구도가 작동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짚으며 "한국은 이러한 진영 논리 속에서 '가치공유' 우선의 진영 논리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은 가치공유가 어려운 중국을 우려하면서도 이익공유의 한계로 중국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국제관계가 탈세계화 시대로 넘어가면서 진영 논리를 택해야만 한다면 이익공유보다 가치공유가 더 큰 선택의 기준이 돼야 한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새롭게 등장한 국제 정세의 진영 논리 속에서, 진영을 달리하는 국가 간 관계도 어느 정도 유지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하면서 "한국의 선택은 '어느 진영이여야 하는 것인지'가 중요해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동안 역사가 보여준 진실이란 다문화ᆞ다민족ᆞ관용적 제도 등을 가진 '열린 사회'의 국가가 당대 세계 패권을 차지했다. 반면 '닫힌 사회'의 국가는 패권국이 되지 못했다"면서도 "이에 우리의 선택은 어느 진영이 돼야 할지 되묻는다"고 반문하면서 한미일 동맹 구축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교수는 현 정부의 대미 외교노선에 대해서 "현재 동북아시아에서는 한반도ᆞ대만 문제를 둘러싸고 한미일 삼각동맹과 북ᆞ중ᆞ러 삼각동맹의 구도가 작동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짚으며 "한국은 이러한 진영 논리 속에서 '가치공유' 우선의 진영 논리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은 가치공유가 어려운 중국을 우려하면서도 이익공유의 한계로 중국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국제관계가 탈세계화 시대로 넘어가면서 진영 논리를 택해야만 한다면 이익공유보다 가치공유가 더 큰 선택의 기준이 돼야 한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새롭게 등장한 국제 정세의 진영 논리 속에서, 진영을 달리하는 국가 간 관계도 어느 정도 유지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하면서 "한국의 선택은 '어느 진영이여야 하는 것인지'가 중요해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동안 역사가 보여준 진실이란 다문화ᆞ다민족ᆞ관용적 제도 등을 가진 '열린 사회'의 국가가 당대 세계 패권을 차지했다. 반면 '닫힌 사회'의 국가는 패권국이 되지 못했다"면서도 "이에 우리의 선택은 어느 진영이 돼야 할지 되묻는다"고 반문하면서 한미일 동맹 구축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상환 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前 한국국제정치학회장). [사진 = 한국국제정치학회 홈페이지 갈무리]
■ 尹정부 남은 4년… "'안민경자' 인식해야"
이상환 교수는 임기가 4년가량 남은 윤석열 정부의 향후 외교 방향에 대해 "미ᆞ중 패권경쟁 상황에서 한국이 자주적 외교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새로운 외교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면서 "(지난 정부의) '안미경중' 외교가 불가능함을 인식했다면 이제 '안민경자' 외교를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 교수가 인터뷰에서 밝힌 '안민경자(安民經資)'란 '안보는 자유민주주의, 경제는 시장자본주의 가치공유에 부합하는 국가와 함께한다'를 뜻한다.
그는 최근 국제 정세에 대해 '진영 내 네트워크화로 특징지어지는 신냉전'이라고 특징짓고 "한국의 활로는 가치공유 우선의, 원칙에 근거한 외교노선에 있다"고 분석한 후 "현 정부는 그 길에 대해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오늘날의 세계 질서가 미국과 러시아ᆞ중국으로 양분돼 있음을 거듭 언급한 뒤 "미국 진영은 가치공유를 전제로 한 이익공유를 추구하고 있고, 중국 진영은 이익공유를 우선하면서 가치공유를 등한시하는 양상을 보인다"고 분석하면서 "한국의 선택은 어느 한 진영을 배제하지 않은 가운데, 가치공유를 전제로 한 이익공유 진영에 무게를 두는 것이 더 옳아 보인다"고 입장을 밝혔다.
■ 윤석열 대통령, G7정상회의 참석한다
한편 한ᆞ미ᆞ일 삼국 정상은 오는 19~21일부터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서 다시금 만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G7 의장국인 일본의 초대로 다른 초청국들과 함께 G7 정상국 확대회의에 참석해 식량ᆞ기후ᆞ에너지ᆞ보건 등의 분야에 대해 논의를 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의 2박 3일 히로시마 방문 일정에는 한미일 3국 정상회담ᆞ한일 정상 간 한국인 원자폭탄 희생자 공동 참배 등이 핵심 일정으로 꼽힌다.
대통령의 히로시마 일정에 있어 한ᆞ일 간 과거사 문제가 말끔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원폭 피해자 참배 등 '일본 측 성의' ▲일본의 '한-미 핵협의그룹(NCG)' 참여 가능성 등이 주목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