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중 변호사 "주가조작 몰랐더라도 한배 탔다면 '방조 가능성' 있어"

"과거 투자이력 살펴봐야...'몰빵' 투자했다면 통정매매 의심"

"금융당국 시스템 태생적 한계...과도한 비난 부적절"

"투자자 비난 자제해야...주식리딩방도 근절은 어려워"

"주가조작 세력에게 계좌를 맡겼는지가 중요하다. 세력과 '한 배를 탔다'는 걸 알았다면 방조로 볼 여지도 있다. 세력이 감시망을 의도적으로 회피했기 때문에 금융당국에 대한 과도한 비난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범죄수익을 몰수하는 시스템이 까다로워 세력들이 나쁜 마음을 먹은 게 문제다"

김광중 한결 변호사는 최근 조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SG증권발 주가조작 사태'와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김 변호사는 금융투자소송그룹 총괄 변호사로서 주가조작, 분식회계, 부실감사, 펀드불완전판매 등 금융투자자들의 피해구제를 위한 자문 및 소송을 주로 수행해왔다. 다음은 일문일답.

■ SG증권발 주가조작 사태 피해자들이 집단소송을 추진 중인데.
= 이번 사건의 투자자는 세 가지 부류로 구분된다. 아무것도 모르고 시장에서 주식을 산 사람, 주가조작 세력의 말대로 CFD 계좌에서 투자했지만 주가조작과는 연계 없는 사람, 세력과 공모 내지는 공조한 사람이다. 순수한 일반투자자는 손해배상 청구를 할 만하다.

■ 구분이 명확히 안 되지 않나.
= CFD 계좌개설 여부를 파악해봐야 한다. 사실 CFD보다는 세력에게 계좌를 맡겼느냐 아니냐가 더 중요하다. 주가조작까지는 몰랐지만 세력과 한 배를 탔다는 걸 알았다면 방조로 볼 여지도 있다.

■ 금융당국이 CFD 계좌를 전수조사 중이다. 연루 여부가 밝혀질까.
= 그럴 것 같다. 다른 주식 없이 해당 종목만 샀다면 일단 의심스럽다. 다만 지능적이고 계획적으로 우량주를 섞어 고루 담은 것처럼 설계했다면 적발하기 힘들 수도 있다.

■ 다올투자증권과 삼천리, 대성홀딩스, 서울가스, 세방, 하림지주, 선광, 다우데이타 등 8개 종목에 투자했지만 장기투자, 가치투자라고 주장한다면 어떻게 하나.
= 거래패턴이나 과거 투자이력을 보면 드러날 거다. 원래 그런 주식에 투자해온 사람인지, 주식투자를 한번도 안하다가 가진 돈을 '몰빵'한 사람인지에 따라 다르다. 잘 알려지지 않은 것에 거액을 투자했다면 내부자거래나 통정매매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 금융당국이 이상거래를 모를 수가 있나.
= 세력이 이상거래 적발시스템을 의도적으로 회피했기 때문에 제도상 한계가 있다. 기존에는 한 컴퓨터에서 여러 계좌로 접근했다면 이번 사태는 개인 명의 휴대폰으로 IP를 다르게 했다. 체계가 모든 걸 예측하고 움직이긴 어렵다. 법 제도는 뒤따라갈 수밖에 없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 문제를 지적하는 건 타당하지만 과도한 비난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 재발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CFD 자체가 원인은 아닌 것 같다. 주가 상승 재료나 이슈 없이 주가가 오른다는 것만으로 이상하다고 볼 수도 없다. 코인이 그렇지 않나. 본질 자체가 없는데 순수하게 수급 자체로 움직인다. 근본적으로는 세력들이 '이렇게 돈을 모아도 안 뺏긴다'는 마음을 먹을 수 있었던 게 문제다. 범죄 수익을 은닉하면 몰수하기가 어렵다. 민사집행 시스템이 안그래도 까다로운데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흐름까지 더해지면서 더 까다로워졌다.

■ 주식리딩방도 판을 친다.
= 유사투자자문업이 허용되므로 합법적인 주식리딩방도 있다. 그래서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것까지 무조건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주식리딩방이 주가조작 수단으로 악용된 경우 공모자와 피해자를 구분하기가 애매한 경우가 많다.

■ 피해자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 투자해서 돈 벌고 싶다는 욕심이 있지만 투자판단이 어려워서 누군가에게 의존하고 싶은 심정일 거다. 그걸 비난할 순 없다. 펀드에 가입하자니 성과가 안 좋은 곳이 많아 불안하고, 내가 통제할 수 있고 정보만 주는 주식리딩방은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다. 피해자가 있다고 무조건 없앨 수도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