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균열 교수 "도쿄전력이 가져온 물 말고 시료 직접 추출해야"
"알프스(ALPS) 필터 성능 의문…양 너무 많고, 핵연료 찌꺼기 등 잔해물 때문"
"핵반응 지금도 있어 핵종 64개 다 봐야 하는데, 임의로 32개 줄어"
"방류 외 대안, 日이 오염수 탱크에 갖고 있으면 돼…18년 보관 가능"
◆…22일 오전 제주시 도두항에서 도두어부회와 해녀 등 150여명이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이 23일 오전부터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출 상황을 시찰하고 있는 가운데, 처리해야 할 오염수 양이 너무 많아 오염수의 방사성 핵종을 제거하는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의 성능 저하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전문가의 지적이 나왔다.
서균렬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는 이날 오전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의 인터뷰에서 "알프스(ALPS)의 얼개, 껍질을 볼 게 아니고 그 안에 필터를 봐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서 교수는 "첫째, (걸러야 할) 양이 너무 많다"며 "보통 기계적, 공학적으로 볼 때 100톤, 1,000톤, 1만 톤 정도는 가능하지만 137만톤은 1000배가 넘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두 번째, 물만 있는 게 아니고 핵연료 찌꺼기, 철근 찌꺼기, 콘크리트 찌꺼기 등 잔해물이 있다"며 "지하수가 하루에 400톤씩 오고, 줄여서 150톤이 밑을 통과하는데 모래, 자갈, 필터에 쌓일 것이다. 쌓이게 되면 필터의 기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분명 성능저하 문제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전적으로 걸러진다고 생각할 수가 없는 것"이라며 "히타치가 만들었을 때 성능검사 기준이 있었을 것이나 거기에는 물만 통과하게 돼 있는데 엉뚱한 게 들어가 있어 이것을 밝혀야 된다"고 설명했다.
또 "결론은 도쿄전력도 60% 이상 아직 걸러내지 못했다고 했고, 나머지 과학자들은 아니다, 70, 75% 아직 남아 있다고 한다. 결국 25% 정도는 걸러졌지만 75%는 남아 있다"며 "그럼 이게 처리수일까, 오염수일까, 오염수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오염 처리수 용어 논란에 대해 "처리한 건 맞다. 미처리, 불완전하게 처리된 것이다. 오염된 처리수, 미처리수가 맞다"며 "미국 국제원자력, 일본 빼고는 전부 오염수, 핵방사능수로 부르고 우리도 그렇게 명명했다. 걸러지지 않고 절반 이상이 남아 있다는 것만 국민들이 인식하면 된다"고 답했다.
이번 한국 정부의 시찰에 대해 일본 정부가 설명회로 못 박았다며 "5박 6일 앞뒤 빼면 하루이틀 안에 시찰, 검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봤다.
또 시찰단장인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오염수 시료를 이미 갖고 있고 분석 중"이라고한 것에 대해 "이건 그냥 도쿄전력이 하청업자랑 같이 얌전하게 떠온 물로 아마 깨끗할 것"이라며 "도쿄전력이나 하청업자가 갖다 준 물 말고 우리가 직접 들어가서 녹슬어 있는 10년 전의 그걸 찾아 들어가야 한다. 정말 밑에 있는 침전수, 침적토, 녹슨 물. 앞에 있는 깨끗한 탱크 말고 뒤에 있는 것"이라고 지목했다.
알프스로 정화하는 데 60개 넘는 핵종 중 31종만 안전평가 대상에 넣은 게 불신을 자초했다는 지적에 대해 "실제 300종이 넘는다. 정확히 62개, 64개 됐다가 지금 30개로 떨어졌고, 빠진 삼중수소, 탄소-14를 넣으면 32개"라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사고 당시 원자로가 완전 멈추고 핵반응이 끝났다 하면 뺄 수도 있지만 핵반응이 지금도 부분적으로 원자로가 뜨끈뜨끈하다. 그런 상태에서는 64개를 전부 다 봐야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임의적으로 30개로 줄였는데 국제원자력기구가 그것도 좋다고 그냥 용인한 것"이라며 "아주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판단을 한다고 믿기 힘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장기간에 걸쳐서 조금씩 내보내 바닷물에 희석돼도 골고루 희석되는 게 아니고 한 곳에 뭉치면 그곳을 먹고 자란 어패류나 생선 여기에는 방사성 오염이 많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세슘, 스트론튬, 플루토늄 등은 무거워 가다가 바닥에 가라앉는다. 침적토가 되면 거기에 어패류, 해조류, 갑각류, 그리고 광어, 우럭처럼 바닥에 있는 수산물이 둘러쓴다. 체내에 들어가 후쿠시마 방사성 물질을 품은 수산물이 계속 잡힌다. 이것을 놓쳐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오염수의 방류 아닌 다른 대안이 있는지 묻자 "갖고 있으면 된다. 1000개 넘는 탱크를 더 만들어18년 동안 충분히 저장할 수 있다"며 "그럼 저절로 희석할 필요도 없이 여과가 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국 전문가로 구성된 시찰단이 23일 오염수 보관 상황과 방출을 위한 설비 공사 상황 등을 확인하고 있다. 주요 시찰 대상은 알프스(ALPS)의 흡착탑 등 중요설비와 해양방출설비 관련 운전제어실의 경보창 구성 및 제어반 등으로 알려졌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이 22일 일본 외무성에서 외무성, 경산성, 도쿄전력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기술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