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재원마련 방안은 한정되어 있다. 지금보다 세금을 더 걷거나 세금을 더 걷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거나 그 것도 아니면 국가 부채를 늘리는 등의 몇 가지 방법이 있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은 숨겨진 세원발굴이다.
그러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원발굴은 국가 운용의 주요과제지만 말처럼 쉬운 일도 아니다.
양귀비와 염문으로 유명한 당나라 시대의 현종은 본래 검소하고 절제하는 현군이었다. 양귀비를 만난 이후 타락과 향락의 길로 빠졌지만 시작은 그 역시 어진 임금이었던 것.
현종은 어진 임금답게 능력 있는 관료들을 좋아했는데 특히 자금확보 계획을 잘 만드는 재정관료들을 총애했다. 그 당시 현종의 총애를 받은 대표적인 인물은 우문융이라는 재정관료였다.
우문융은 한 지역에 정착하지 못하고 떠도는 유민들 때문에 세금대장이 매우 부실하다는 사실에 착안해 현종에게 유민 모두를 세금대장에 등록하자는 제안을 했다. 재정확보에 어려움을 겪던 현종은 곧바로 칙명을 내렸다.
칙령의 내용은 유민 모두가 100일 이내에 관청에 나와 신고하고 자신의 고향이나 현재 거주하고 있는 곳에 세금대장에 등록하라는 것이었다.
당시 농토를 잃고 떠도는 유민들의 입장에선 현종의 이 같은 칙령은 사형선고나 다름없었고 유민들은 즉각 반발하기 시작했다.
유민들의 불만을 지켜보던 현종은 결국 정책을 포기하고 아쉬운 입맛만 다셨다. 하지만 어진 임금 밑에 어진 관료라고 했던가 우문융은 한 번의 실패로 뜻을 포기하지 않았다.
2년 동안 수정안을 준비한 우문융은 유민들도 솔깃할 만한 '당근'을 포함한 새로운 개정안을 현왕에게 내놨다. 우문융이 추가한 당근은 바로 '세금 감면'.
우문융은 새로운 개정안을 통해 100일 안에 세금대장에 등록한 유민은 향후 6년간 특별히 가벼운 세금을 부과키로 한 것이다.
이 제안에 희망을 발견한 많은 유민들이 관청 세금대장에 등록하기 시작했고 우문융은 몰려드는 유민들 때문에 새로운 관료까지 뽑아야 할 정도였다.
이 정책으로 인해 그 당시 세적에 올라와 있던 700만호 중 80만호가 등록하는 놀라운 성과를 기록했다. 이는 전산화는 꿈도 꾸지 못하던 시대에 일궈낸 엄청난 성과로 제도의 성공을 위해서는 유인책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였던 것이다.
이 일로 우문융은 재무성의 부책임자로 승진됐다. 또한 현종은 이 정책으로 인해 자신이 계획하던 군사원정을 위한 재원을 확보 할 수 있게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