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달릴 때 발은 비틀어지면서 몸의 균형을 잡아간다. 신발도 발의 모양에 따라 잘 비틀려야 좋은 신발이다.
신발에는 다양한 기능이 있다. 축구화, 러닝화, 트레킹화, 의료화, 정장화 그리고 운동화 등등. 그런데 그런 기능이 있는 신발은 그 기능이 필요할 때만 그 신발을 신어야 하고, 일상 생활에서는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게 보통이다. 왜냐하면 기능화는 목적 하는 기능을 최대치로 높이기 위하여 다른 기능을 제한하는 것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좋은 신발은 뒤틀려야 할까? 신발은 발의 모양처럼 변해야 하기 때문이다. 맨발로 길을 걷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길은 경사지고 평평하지 않다. 발은 길의 모양과 경사진 정도, 그리고 울퉁불퉁한 땅의 모습에 따라 발가락과 발바닥의 모양이 변한다. 이때 관절은 뒤틀려진다.
사람 몸이 지구 중력에 대항하는 중심축은 하나이지만, 각 부분을 움직이는 관절은 앞뒤, 전후 그리고 좌우로 움직일 수 있게 하는 다축구조이다. 위의 그림 발바닥이 걷고 달릴 때 발바닥에서 땅에 닿는 부분은 세 곳과 발가락의 축을 보여준다. 발가락은 동그라미 친 3부분의 움직임에 따라 유동성을 가지고 변한다. 이 3 부분은 3가지 형태의 경우에 맞게 바뀐다. 우선 발의 방향이 바뀔 때이다. 예를 들면 직진하다가 오른쪽 또는 왼쪽으로 방향을 바뀔 때이다. 둘째로는 다리 측면 기울기가 바뀌면 그에 따라 발 모양도 발목과 협응하면서 바뀐다. 셋째로 바닥의 앞뒤 경사도가 변하면 발 모양 역시 바뀌게 된다.
이 세 가지 경우의 수는 하나만 생길 때도 있고, 같이 생길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우리 몸은 그에 대한 종합적 대응을 하며 몸의 구조를 조금 또는 많이 틀어 가며서 온 몸의 균형을 잡는다. 그 전체적인 과정에서 우리가 걸을 때 발은 앞뒤로 발가락, 전족부 그리고 후족부로 나뉘어지고, 옆으로는 내측아치, 외측아치 그리고 횡아치로 나뉜 부분들이 협응하면서 움직인다.
순서대로 보면 뒤꿈치, 앞꿈치로 착지하면서 발을 땅에 띨 때는 발가락을 구부리면서 추진력을 보탠다. 이때 발바닥의 중간에 있는 관절인 종족골이 충격을 흡수하기 위하여 위아래로 움직인다. 하지만 신발이 딱딱하면 관절의 움직임이 제한되고, 신발이 중간 부분이 높아도 관절이 위아래 운동을 하지 못한다. 그리고 땅의 불규칙한 모양에 따라서 발은 세 개의 아치가 마치 고무줄로 연결된 막대기처럼 움직이며 발바닥과 발가락의 모양을 변형시켜가며 균형을 잡는다. 이러한 발의 움직임에 신발은 어떠한 제한도 가하지 말아야 발의 관절, 근육 그리고 신경이 건강하고 유연한 상태를 유지한다.
신발의 밑창이 부드러우면 발을 어느 정도 보호하면서 발바닥을 효율적으로 받치고, 다리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발가락, 발바닥, 발목 그리고 무릎으로 이어지는 관절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한다. 관절과 근육은 움직이도록 만들어져 있지만, 현대 신발의 대부분 이러한 발바닥 본래의 유연성에 상당한 제한을 가한다. 인간이 상당한 지구 중력을 받으면서 똑바로 설 수 있게 진화한 운동효율을 오히려 막을 뿐만 아니라 건강도 해친다.
왜냐하면 발의 근육과 관절이 신발의 구조로 인하여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그로 인하여 관절, 근육 그리고 신경이 둔화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면의 모양과 발의 움직임이 중간에 있는 신발 때문에 일치하지 않게 되고, 결과적으로 발이 땅에 견고하게 붙어서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 그만큼 불안정성이 높아지게 된다. 이는 달리기, 배드민턴과 같이 발이 뒤틀리는 운동을 하는 사람에게는 잦은 부상을 일으킬 수 있다.
예를 들어 땅바닥이 기울어졌을 때 우리 몸은 발가락, 발목의 모양을 변형시켜가며 상체의 균형을 잡을 수 있었다면, 밑창이 두툼하고 딱딱하면 땅바닥이 기울어졌을 때 발가락과 발목은 그대로 유지한 채로 무릎과 고관절 그리고 척추를 변형시켜서 상체를 똑바로 세워야 할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몸 전체의 균형을 흐트러뜨리면서 근골격계의 근육과 인대를 긴장시킨다.
그렇다면 신발이 몸에 맞게 잘 비틀리는 것을 확인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밑창을 만져보고 부드러운 지를 본 다음에 신발의 앞뒤를 붙잡고 비틀어 본다. 이때 신발의 종류와 목적에 따라 틀리겠지만 일상에서 신는 워킹화, 운동화, 트레킹화라면 큰 힘을 주지 않아도 비틀려지는 것이 좋다. 또한 뒤굼치의 높이는 높아야 2cm을 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옆으로 비틀림을 확인하고, 이 번에는 앞뒤로 구부려 본다. 특히 발 앞부분, 발가락이 있는 토우박스(toe box)부분이 구부러져야 걷는데, 발가락과 앞 관절이 제대로 역할을 한다.
밑창의 두께는 약간 있는 것이 좋다. 두꺼우면 발바닥의 신경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얇으면 처음 신을 때 적응하기가 어렵다. 너무 얇다고 생각되면 2-3mm 정도 되는 깔창을 사서 신다가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빼는 것도 많은 사람들이 하는 방법이다.
신발의 비틀림이 중요한 이유는 세 가지이다. 우선 발과 몸을 잘 지지해준다. 신발이 잘 비틀어질수록 몸의 움직임에 따라 발을 잘 지지해준다. 흔히 밑창이 단단하고 두꺼워야 발을 지지해준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험한 등산과 같은 일부의 경우에만 맞는 말이다. 유연한 신발은 좁은 면적의 지면에 발모양을 구부리면 전체적인 접지 면적을 넓힐 수 있어 더 높은 지지력을 제공해준다. 둘째로는 편안함이다. 모든 사람의 발 모양이 같지 않다. 어떤 사람은 발볼이 넓고, 어떤 사람은 좁다. 어떤 사람은 발가락이 길기도 하고, 짧기도 하다.
하지만 대량 생산되는 신발은 신발 회사의 정해진 표준, 신발 업계의 오래된 관습에 따라 만들어진다. 그래서 발볼이 넓거나 좁은 사람은 평균적이 사이즈에 맞춘 신발이 불편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잘 비틀리는 신발은 이런 차이에 어느 정도는 조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더 편하다. 마지막으로 더 오래 신을 수 있다. 신발의 모양이 유연하면 신발이 전체적으로 골고루 닳는다. 걸을 때 땅에 닿는 부분이 여러 곳으로 분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이 신은 신발을 보면 뒤굼치의 오른 쪽 또는 왼쪽, 앞굼치의 바깥쪽이나 안쪽만 심하게 닳는 것을 흔히 본다. 그래서 같은 두께라면 유연한 신발이 더 오래 신을 수 있다. 특히 포장되지 않은 도로나 트레킹을 하는 경우에 더욱 그렇다.
신발을 팔다 보면 많은 사람들에게 질문을 받는다. "이렇게 얇은 신발을 신으면 자극이 심하지 않을까요?" 물론 그렇다. 하지만 발바닥이 편하다고 온 몸이 편한 것은 아니다. 요즘의 신발은 발바닥에 자극이 없고, 몸의 관절이 움직이지 않는 신발을 좋은 신발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발과 몸은 자극을 받고, 거기에 대응하면서 긴장하고 튼튼해진다. 지나치게 발을 보호하는 신발은 온 몸을 망가뜨린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필자가 <걷기와 인체의 놀라운 신비>를 쓴 것도 이러한 점을 알리기 위해서다. 홍재화 필맥스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