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 투자했는데 우리금융?"...우리벤처 주주 '뿔났다'

우리금융지주가 우리벤처파트너스(구 다올인베스트먼트)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하자 우리벤처 소액주주들이 결사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은 우리금융이 제시한 2686원이 아니라 최소 4000원에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이달 1일 우리벤처파트너스와 포괄적 주식교환 계약을 맺었다. 우리금융은 우리벤처 보통주 5554만4803주(55.5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7월 21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안건이 승인되면 우리벤처는 8월 28일 상장폐지돼 우리금융의 완전 자회사가 된다.

이에 찬성하는 주주는 우리벤처 1주당 우리금융 0.223444주를 받게 된다. 교환을 원치 않는 주주는 주식매수청구권을 통해 우리금융에 주식을 팔 수 있다. 우리금융이 제시한 매수예정금액은 2686원이다. 우리벤처 주가는 전날 종가 기준 2635원으로 우리금융의 인수 소식이 나오던 1월(3570원) 대비 26% 하락했다. 공모가 5800원과 비교하면 반토막난 수준이다.

우리벤처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상장한 지 1년 밖에 안된 회사를 헐값에 합병하는 건 말도 안 된다"며 "ESG 경영을 강조하는 4대 금융회사가 이래도 되나 싶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금융은 공모가 5800원인 주식을 4086원에 사놓고 업황이 좋지 않은 틈을 타 2686원으로 후려치고 있다"며 "최소한 우리금융이 산 4000원으로 맞춰줘야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벤처캐피탈(VC)에 투자한 우리벤처 주주들을 무시한 자회사 병합이다. 우리금융이 수많은 자회사 중 하나가 되면 명분이 희석된다"며 "완전 자회사로 주식회사에서 없어진다면 VC로서의 명성이 떨어져 외부 투자를 받기 힘들고 모회사에 종속돼 유상증자 등 자체적인 판단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리벤처 소액주주연대 카페 및 채팅방에는 일주일 만에 140명이 넘는 소액주주가 모였다. 보유주식 수는 약 280만주로 전체 주식의 2.8% 수준이다.

소액주주들은 우리금융지주 본사 앞에서 차례로 1인 시위를 진행 중이다. 소액주주연대는 이번주 중 변호사를 선임해 본격 대응에 나선다.

다음주에는 회사를 방문해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를 청구하고, 회사가 이를 거부할 시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예정이다. 주주 모금을 통해 '완전 자회사 편입 반대' 시위 트럭을 운행하는 한편, 이달 말경 주주연대 단체 집회도 실시할 계획이다. 앞서 우리금융은 공시를 통해 "우리벤처파트너스는 우리금융지주의 완전 자회사가 됨으로 인해 신용도 상승에 따른 자금조달 비용의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자산 및 부채의 변동 없이 오직 주주 구성만 변동된다. 지배구조 관련 경영권 변동도 없으며 독립된 존속법인으로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부 환경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효율적인 경영체계를 갖추고, 보다 빠르고 유연한 경영 판단을 통해 기업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한다"며 "계열사간 시너지를 극대화해 고객에게 더 큰 편익을 제공하고 영업 경쟁력을 강화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고자 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