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유가족 최선미씨 “심신미약 주장한 용산구청장 사퇴 촉구"
◆…지난 8일 오전 서울 용산구청에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보석으로 석방된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출근을 저지하기 위해 문 앞을 막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10.29 이태원참사의 유가족이 불면증·공황장애를 호소하며 보석 석방된 박희영 용산구청장에 대해 "유가족들은 200일 넘도록 못 자고 있는데 어떻게 불면증을 이야기할 수 있는가"라고 성토했다.
유가족은 석방 하루 만에 출근한 박 구청장 행보에 대해 "심신미약을 주장한 사람이 일을 하겠다는 것은 23만 용산구민들을 다시 위험에 빠뜨리겠다는 이야기"라고 날을 세웠다.
■ 박희영 용산구청장 '불면증'… "우린 200일 넘게 못 자는데"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故) 박가영양의 모친인 최선미씨는 9일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박 구청장의 보석 허가에 대해 "말도 안 된다. 어떻게 희생자 유가족들과 생존 피해자들이 있는데 트라우마로 인한 불면증을 말할 수 있는가"라고 따져물었다.
최씨는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은 참사 발생 이후 200일이 넘도록 잠을 못 자고 있다"며 "희생자 유가족들은 참사 이후 제정신이 아닌 상황인데, 보석 신청 이유로 불면증을 주장한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고 날을 세웠다.
진행자가 '박 구청장이 보석으로 풀려난 날 밤 9시쯤 주민이 인근 미용실에서 목격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라고 전하자, 최씨는 "트라우마인데 약을 먼저 먹고 안정을 취해야 하는 것 아닌가. 미용실을 먼저 갔다는 건 박 구청장이 스스로 주장한 트라우마에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 "박희영, 23만 용산구민 위해 사퇴하라"
최씨는 전날에 이어 이날 오전에도 박 구청장의 출근을 저지하기 위해 용산구청 앞에 나와 있다고 밝힌 후, "유가족들은 박 구청장에게 면담 요청을 하러 온 것이 아니다. 사퇴를 촉구하기 위해 여기 나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박 구청장의 업무 복귀에는 문제가 있다"며 "공황장애·불면증 등 트라우마를 주장한 용산구청장이 23만 구민들을 위해 일을 한다는 건, 구민들을 다시 위험에 빠뜨리겠다는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이어 "박 구청장이 만약 업무에 복귀하게 된다면, 자신이 주장한 트라우마라는 보석 이유에 맞지 않게 된다"라며 "오늘처럼 몸이 아파서 휴가를 내는 등, 업무에 계속 차질이 생길 거라면 용산구민들을 위해 사퇴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 박희영, '몰래 출근' 하루 만에 연차
앞서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는 지난 7일 박 구청장의 보석 청구를 받아들여 그를 석방했다. 박 구청장은 이태원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 그는 참사 트라우마로 인한 공황장애를 이유로 보석을 신청했다.
박 구청장은 법원의 보석 결정 이후 석방된 지 하루 만인 지난 8일 청사로 출근했고, 이 과정에서 출근 저지를 예고한 유족들을 피하기 위해 이른 시간에 출근한 것으로 전해졌다.
9일 용산구에 따르면, 박 구청장은 업무 복귀 직후 하루 만에 '개인 사유'를 이유로 들어 하루 연차를 냈다. 최씨는 "어제 퇴근하는 모습을 못 봐서 출근 자체를 의심하고 있다. 그가 오늘 병가를 냈다면 아직 집에 안 가고 구청에 있다는 말이 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