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패권을 강화하려는 미국의 기술통제가 결과적으로 자신들에게 피해가 되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enter for Strategic & International Studies) 국제 비즈니스 부문 선임 연구원인 에밀리 벤슨(Emily Benson)과 국제부문장인 윌리엄 A. 라인쉬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반도체 통제 목록이 계속 늘어남에 따라 미국 이외의 다른 대안을 찾으려는 국가들이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7일, 미국 산업안보국은 반도체 및 특정 반도체 제조 장비의 수출과 관련된 새로운 규정을 통해 소프트웨어, 인력, 기술 전수, 제조 장비 및 외국 장비에 포함된 미국 부품의 대중국 공급을 차단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은 30년이 넘도록 유지해온 미국의 수출통제 정책의 중요한 변화를 가져온 것으로 적국, 주로 중국을 첨단기술로부터 한두 세대 격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계되었다. 따라서 이전 세대 제품의 수출 전에 새로운 기술에 대한 통제 수준을 지속적으로 높일 가능성이 크다.
제재는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는 표적과 같은 것으로 세 가지 효과가 나타났다. 먼저, 중국은 최첨단 기술에 대한 접근이 금지되었다.
미국 기업들은 그간 오래된 기술을 중국에 판매하고 여기서 발생한 수익을 통해 연구개발에 사용하는 것과 함께 중국의 첨단기술 개발에 대한 욕구를 감소시켰지만, 제재가 시행됨에 따라 그러한 선순환이 깨지게 되었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중국은 수년 전부터 독자적인 기술 개발에 몰두하게 되었고 미국도 기술 습득을 막기 위해 새로운 규칙을 적용하기에 이르렀다. 기존 정책과의 차이점은 현 미국 행정부는 기술적 통제선에 대한 의도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즉 단순한 중국 견제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군사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래의 기술 발전과 관계없이 동일한 수준의 규제를 고수한다는 것은 통제 품목과 기술 수준 범위가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확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규제를 집행하는 것도 어려워지고 미국 생산자들의 비용도 더불어 증가할 수 있다는 문제점에 봉착한다. 현재는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반도체 칩만 직접적 규제의 대상인 관계로 새로운 규정의 단기적 영향은 반도체 제조업체에 작은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에 중요한 시장을 가진 장비제조 업체에 미치는 영향은 더 클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리소그래피 장비 제조업체들의 중국 판매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이에 대한 장기적 영향은 미국 회사의 수익에 미치는 영향, 중국의 자체 기술 개발 정책 강화, 디자인 아웃(다른 국가가 미국 기술이 포함되지 않은 제품을 개발해 통제 범위를 벗어나는 것) 등 세 가지 측면에서 검토될 필요가 있다.
먼저 미국 회사의 수익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으로는 칩 제조업체에는 크지 않겠지만 장비제조업체는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통제 품목의 범위가 커져 수익에 미치는 영향도 증가하면서 결국 미국 기업들의 자본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차세대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비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회사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다음으로 중국은 미국의 제재가 강화됨에 따라 자체 기술개발계획을 더욱 강화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미 진행 중이었지만, 새로운 규정의 특성이 중국의 움직임을 더욱 가속화하게 만들 것은 확실하다.
마지막으로 디자인 아웃의 경우 1990년대 후반과 21세기 초반의 상용통신위성이 대표적 사례로 이전 75%에 이르던 점유율이 불과 몇 년 안에 25%로 축소된 경험이 있다. 단기적으로 미국 기술 없이 장비나 칩을 개발할 수 있는 바라는 없어 보이지만 반도체 산업에 있어 '단기'는 몇 년에 그친다.
미국 통제가 점점 강화되고 더 많은 품목을 포함하게 됨에 따라 미국의 기술을 배제하는 대안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진행되면서 장기적으로 미국이 시장점유율과 수익 기대치를 유지하는 데 중대한 도전이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미국 기업들은 독자적 기술을 개발한 중국 기업들과 더 많은 경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고 수출 제한으로 인해 시장에 진입한 다른 나라나 기업들과도 경쟁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할 것이다.
일본은 이미 미국과 함께 반도체 제품에 대한 추가 규제를 적용하고 있으며 한국과 대만, 그리고 다른 나라 기업들도 동참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두 연구원은 "미국은 현재와 미래에 나타날 통제의 한계와 비용은 물론 동맹국들이 부담하게 될 정치적, 경제적 비용까지 고려하지 않으면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