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와 회화의 유려한 만남…전지연 작가 개인전 '색의 조각'

추상도예로 승화된 도자 조각의 이야기…21일부터 관훈갤러리 전시

"작은 조각조각은 저마다 작은 이야기와 의미를 담고 있다."

도자기와 담백하면서도 유려한 그림의 만남. 독자적 추상도예를 선보이는 전지연 작가가 21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갤러리 특관에서 '색의 조각(Piece of Color)' 개인전에 나선다.

도예에 회화적 요소를 가미한 작품을 선보이는 전 작가는 완성된 도자를 깨뜨려 조각으로 나누고 이를 작품의 소재로 활용한다. 기능적인 면이 강조되는 도자기가 화폭이 되고 다시 생명력을 지닌 색채를 만나 예술 작품으로 승화되는 과정이다.

그는 "조각이 가진 서로 다른 색감, 입체감, 질감은 우연성과 결합해 내면의 감정을 직관적으로 표현한다"면서 "밝고 빛나는 순간, 따뜻하고 소중했던 시간, 어둡고 거친 기억, 숨기고 싶은 내면의 감정, 돋보이고 싶은 한 편의 이야기 등이 오롯이 조각들로 표현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에선 다양한 시리즈로 구성된 전 작가의 작품이 관람객을 맞는다. 비정형으로 깨진 도자 조각을 조화롭게 맞춘 정형화된 작품 위에 전사지를 사용해 회화적 요소를 가미한 평온시리즈(Piece of Peace), 달항아리를 모자이크 기법으로 구현한 시간시리즈(Piece of Timeless) 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시간시리즈의 경우 동양적 정서와 추상회화의 모던함을 접목시켜 동·서양의 시간을 초월한 작가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표현한 작품이다. 동·서양 도예 예술의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평가다. 전 작가는 경희대학교 요업공예과를 나와 미국 FIT 의상학과와 경희대 일반대학원 도예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미국에서 작품 활동을 하다 귀국해 헤이리 새오리공방에서 전업 작가로 활동 중이다.

"도자기라는 형식은 차용하지만 매체에 진실해야만 한다는 공예적 개념에서 벗어나고 싶었다"는 전 작가의 이야기에서 예술로 틀을 깨려는, 정도(正道) 위에서 감성을 더하는 의지도 엿보인다. 작가는 "붓고, 뿌리고, 담그는 작업을 통해 우연의 효과를 얻고 흙의 질감, 색체, 형태 등에서 회화성을 표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