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故양회동 열사 영결식… 동생 영정 앞에서 형이 남긴 말은

"내 동생으로 태어나 줘서 고맙다. 너와 다시 만나는 그날, 형이 네가 혼자 고통받으며 힘들어 했을 모든 말들을 들어줄게"

21일 오후 2시께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건설노조 간부 고 양회동씨의 영결식 무대. 검은색 정장을 입고 오른팔에 두 줄의 검은 선이 그어진 상주 완장을 찬 한 남성이 무대에 올라섰다.

흐린 날씨 속 이날 오후 1시35분께부터 부슬비가 내리기 시작해 굵은 빗방울로 바뀌며 영결식에 참석한 사람들이 우산·우비 등을 꺼낸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 남성이 무대에 오를 때쯤, 빗줄기는 다시 그쳐 있었다.

그는 윤석열 정부의 '건폭(건설현장 폭력배)몰이'에 분신으로 맞서 생을 마감한 건설노동자 고 양회동씨의 친형인 양회선씨다. 회선씨는 동생 회동씨의 명예 회복을 위해 50여일간 민주노총과 동생의 장례 기간을 함께 보내왔다.

그는 무대에 오른 직후 동생의 영정 앞에서 두 번의 큰 절을 하고, 이내 묵념을 했다. 그리고 자켓 속 주머니에서 검은색 수첩을 꺼내서 마이크 앞에 섰다.

"하루에 몇 번씩 생각합니다. 저는 동생을 잃었고 아이들은 아버지를 잃은 안타까운 일이, 꿈이면 얼마나 좋을까요."

양씨가 수첩을 들고 있던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없는 죄까지 뒤집어 씌우는 강압적인 수사에, 동생이 얼마나 힘이 들었을지 상상도 되질 않습니다. 그런 선택을 하기까지 얼마나 많이 무서웠고, 두려웠고, 아팠을까요. 이런 동생을 형으로서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도 듭니다."

그의 목소리에서 울먹임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정부·여당을 지적했다.

"더 이상 세상에 남아 있지 않은 동생은 아직도 고통받고 있습니다. 얼마 전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제 동생의 죽음을 두고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 순간, 저희 가족들은 동생의 죽음을 들었던 순간만큼 가슴이 찢어지는 심정이었습니다.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의무와 권리를 지키며 살아왔을 뿐인데 왜 비난받아야 할까요. 정권의 말을 들으면 국민이고,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으면 죽음도 외면받아야 하는 것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