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이 19일 국내 재벌 체제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권 위원장은 이날 세종연구소 초청 강연에서 "우리 대규모 기업집단은 다른 나라의 기업집단과 비교해 볼 때 폐해 가능성과 실제 폐해가 매우 큰 특수한 형태"라고 평가했다.
그는 재벌 체제는 총수 일가의 사익추구 행위 등 지배구조 측면의 문제, 경제력 집중, 경쟁기반 저해 등의 문제를 초래할 뿐 아니라 국민경제적 비중과 시장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할 때 단순한 사적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공적 성격의 문제를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그는 "철저한 경쟁법 집행과 지배구조 개선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대규모 기업집단 폐해의 근본 원인인 순환출자구조 자체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런 대안이 마련되기 전에 출총제를 폐지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기업과 제조업의 투자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고 기업인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출총제가 투자를 가로막는 주요 요인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출총제가 폐지된다고 기업의 투자가 늘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이어 대규모 기업집단시책 태스크포스(TF)에서 검토중인 출총제 대안들을 소개한 뒤 "환상형 순환출자 규제 대안의 경우 기업의 부담을 고려해 순환출자 해소의 유예기간 부여와 세제상 유인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글로벌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집단 체제가 불가피하다고 본다면 지주회사체제가 최적의 모델은 아니지만 현재로서는 바람직한 모델"이라며 출총제 대안 마련과 더불어 지주회사로의 전환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주회사로의 전환은 상호출자 해소, 투명성 제고, 이윤 극대화 동기 강화 등으로 지배구조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