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기능 저하 속도 27% 정도 지연 효과 입증
식약처, 지난달부터 레켐비에 대한 심사 진행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매 신약 레켐비 사진=에자이 제공
알츠하이머 치매 신약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조건부 허가 꼬리표를 떼고 정식 허가를 받았다. 지금까지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증상을 일시적으로 개선하는 효과밖에 없었으나 근본적인 질병을 표적한 약물이 정식 승인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6일(현지시각)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 FDA는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항아밀로이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레켐비를 정식 승인했다.
레켐비의 효능은 지난해 가을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 1795명을 대상으로 한 18개월간의 대규모 임상 시험에서 일부 확인됐다. 그 결과 레켐비를 투여한 환자들의 인지능력과 인지기능 저하 속도가 위약을 투여한 환자들에 비해 약 5개월(27%) 정도 지연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레켐비는 지난 1월 FDA로부터 가속 승인을 취득한 바 있다. 가속 승인은 위험한 질병 치료를 위해 임상 2·3상 단계에 있는 신약 후보 물질을 신속하게 도입하기 위한 제도다. 이후 지난달 9일 FDA 말초·중추신경계 약물 자문위원회(PCNS) 투표에서 참가위원 6명이 만장일치로 레켐비의 정식 승인 권고를 찬성했다.
레켐비는 알츠하이머 유발 단백질 아밀로이드베타(Aβ)의 축적을 막는 항체치료제다. 뇌 속에서 과다 생산·축적된 아밀로이드베타는 뇌와 뇌혈관 주위에 쌓여 알츠하이머를 일으키는데, 레켐비는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이 뭉치는 것을 막는다.
이날 테레사 부라키오 FDA 신경과학국장 대행은 성명을 통해 "레켐비는 알츠하이머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표적하는 약물이 치매에 효과적이라는 점을 최초로 입증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다만 치매가 상당히 진행된 환자의 경우 레켐비가 도움이 되지 않아 알츠하이머 치매 초기 환자와 경도인지장애(MCI) 환자에 한해 사용할 수 있다. 레켐비 임상시험을 시행한 클리블랜드병원의 바박 토우시 박사는 "레켐비는 알츠하이머를 치료하거나 시간을 되돌리는 게 아니라 진전 속도를 늦추는 약"이라고 강조했다.
또 뇌부종·뇌출혈 등 심각한 부작용도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FDA는 이러한 부작용을 설명하는 경고문을 레켐비에 부착하도록 했다. 아울러 FDA는 항혈전제 복용, 특정 유전자 변이, 뇌 아밀로이드 혈관병증 등 위험 요인을 지닌 특정 환자 집단을 대상으로 레켐비의 부작용을 조사해 줄 것을 위원회에 요청했다.
외신들은 이번 FDA 정식 승인으로 미국 내 보험 보장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보험청(CMS)의 치키타 브룩스-라수레 국장은 "레켐비가 FDA의 승인을 모두 받았기 때문에 이 약에 대한 보험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에서 레켐비의 가격은 연간 2만6500달러(약 3460만원)다.
한편 에자이는 지난달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시판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식약처는 현재 레켐비에 대한 심사를 진행중이며 이르면 내년 하반기 또는 2025년 초에 심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