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일종 "이낙연 쪽이 비공개 요청했을 것"
"대화 콘텐츠는 없고, 두 사람 가는 방향 달라"
조응천 "당 상황 진단·인식이 애초부터 달라"
"공개하기엔 사전 정지작업 안 된 듯"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왼쪽)가 지난 4월9일 오후 장인상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을 마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배웅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가 11일 저녁 서울 모처에서 만나 만찬을 겸한 회동을 가질 예정인 가운데, 정치권에선 양측의 당 위기 상황에 대한 진단·인식이 달라 서로 부담으로 작용해 비공개 회동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떳떳하고 시너지가 많이 있다고 한다면 무조건 공개했을 것"이라며 "이낙연 전 대표가 이재명 대표를 공개적으로 만나게 되면 '방탄' 이미지를 이낙연 대표가 그대로 뒤집어쓰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 의원은 11일 YTN '뉴스N이슈'에 출연해 "이재명 대표가 갖고 있는 이미지가 어떠한가. 살아온 이력은 어떠한가. 성남시장 하면서 대장동, 백현동, 정자동 비롯해 관련 혐의로 검찰 조사 중 아닌가. 오죽했으면 국회 방탄 옷을 겹겹으로 입었겠나"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오후 이 대표와 이 전 대표의 만남은 서로 배석자 한 명씩을 둔 가운데 이뤄질 예정이다. 두 사람 간의 대면은 일단 비공개로 하고 오간 대화는 서면 브리핑으로 발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 의원은 "이재명 대표는 공개를 하자고 했을 것이다. 아마 이낙연 대표 쪽이 비공개를 요청을 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만나시면 콘텐츠가 중요한데 대화할 얘기가 없다. 이낙연 전 대표는 분명히 혁신 얘기하고 당의 개혁 방향에 대해 얘기할 것이다. 지금 민주당 혁신위원들이 이런 콩가루 집안이 어디 있냐고 얘기하는데 어떤 것도 못 하고 있다. 그러면 이재명 대표는 답을 해야 될 것 아닌가. 두 분이 가는 방향이 완전히 다르다. 그러다 보니 공개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표는 이낙연 대표 만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떳떳하게 조사를 먼저 받는 게 일"이라며 "국민적인 의혹이 많고 혐의가 있으니 조사부터 받아야지, 이낙연 대표 만나서 비공개로 얘기하는 게 중요하나"라고 일갈했다.
아울러 "정말 이 대표가 의혹으로부터 벗어나려면 빨리 방탄 속에서 나와 빨리 조사받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반면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두 전직 야당 대표가 만나는데 박수는 못 쳐줄지언정 재를 뿌려서야 되겠나"라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국가 경영의 최종 책임자인 집권여당의 심보가 좀 너그럽고 울타리가 넓은 모습을 보여줘야지 그렇게 야박하게 (평한다)"며 "품격 있는 집권 여당의 모습을 국민들도 기대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이 총선을 앞두고 여러 당내 역학관계도 있고 국민들로부터 비판받아 극복해야 될 과제들이 많다. 한두 번의 만남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고 이 두 분이 합의한다고 해서 다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며 "이 전 대표가 1년 동안 해외에 계시다 오셨기 때문에 여러 의미로 만남은 의미가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만남을 미루는 심적 부담을 덜어내기 위한 것이지 크게 내용적으로 기대할 것으로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공개 만찬 이유에 대해 조 의원은 "공개적으로 하기에 사전 정지작업이 안 된 것 같다"며 "당상황에 대한 진단·인식이 애초부터 완전 다르기 때문에 이재명 대표가 '도와주십시오' 하면 '대표가 좀 제대로 해라', 이런 식으로 나오지 않을까"라고 짐작했다.
조 의원은 "이낙연 전 대표가 '우리나라가 위기상황이 된 데는 자신도 책임 있다, 그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 했는데 '민주당이 제대로 견제 못했다'는 게 함의돼 있다"고 짚었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검찰 정권이 없는 혐의도 만들고 일상화된 압수수색으로 사법리스크 이미지를 덧씌운다. 또 협치는 일절 생각도 않고 과거로 회귀해 냉전, 반목, 대결로 몰고 가는데, '우리로서도 협치의 공간이 없다. 힘을 모아서 똘똘 뭉쳐서 대응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일 것"이라며 양측의 진단이 판이할 것이라고 봤다.
이낙연 전 대표가 비명계를 아우르는 구심점 역할 가능성에 대해 "구심점이 되기엔 아직 여건이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친명계와 친낙계 수장인 두 사람의 회동은 당내 계파 갈등의 향배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 등 현안을 놓고 윤석열 정부 견제에 협력하기로 한다면 계파간 갈등은 잠잠해질 가능성이 큰 반면, 이 전 대표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강도 높은 혁신 필요성 등을 꺼낸다면 대결 양상이 격화할 것이란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