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북한, 미국 트럼프 당선까지 대비하고 있어”

북한이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가운데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북한은 내후년 미국 대통령 선거 상황까지 내다보고 외교를 펼치는 중이라며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미국을 통해 남북 회담에 나설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조언했다.

정 전 장관은 13일 오전 KBS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북한 핵 문제에 대해서 "이를 풀기 위해서는 북한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하면서 문제를 푸는 수순을 시작해야 한다"라며 "다만 한국이 북한과 먼저 길을 트려고 하는 것보다, 미국을 설득해 북한이 회담에 나설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조언했다.

북한은 지난 10~11일 미국 공군 정찰기의 동해상 정찰 비행에 대해 격추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 후, 지난 12일 오전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정 전 장관은 "(외국 투자자들 입장에서) 코리아 리스크라는 말이 있다"라며 "그런 만큼 외국 투자자 같은 사람들이 나서서 '남북 관계를 풀어야 한다'라고 이야기한다면 한국이 북한에게 이를 말하는 것보다 훨씬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은 이미 내년 11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대비해 대미 협상 경험이 있는 김영철이라는 자를 복귀시켰다"이라며 "지금 미국 대통령 선거 판세를 보면 바이든보다 트럼프 지지도가 높다. 또 바이든이 허약하게 보여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본 듯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때까지도 한국이 지금과 같은 대북정책 기조를 유지한다면 남북 관계가 점점 경색되는 와중에 북일 관계가 진전을 보이게 될 것이다"라며 "또 서서히 미국에서도 북한이 회담에 나올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텐데, 그렇게 되면 현 정부는 대북 외교에 희망을 잃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한국을 '남조선' 대신 '대한민국'이라는 단어로 지칭한 것을 두고 "통일 이야기하지 말고 이제 남남으로 살자는 뜻"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북한 괴멸' 같은 대북정책 기조를 보고 한국과 담을 쌓고 지내는 게 정권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진행자가 '일각에서는 한국이 북한의 핵 개발을 도와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고 짚자, 정 전 장관은 "우리가 쌀 주고 비료 준 것과 북한 핵 미사일 개발은 별개다. 그들은 미국이 언제든 자신들을 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핵을 개발한 것"이라며 "한국의 북한 지원과 북한의 핵 개발은 별개 문제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에서 종전 선언을 외치니 북한이 한국을 우습게 본 것은 아닌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정 전 장관은 "종전 선언이라는 것은 지난 2017년 싱가포르에서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정상회담 직후 미국 측이 먼저 꺼낸 얘기"라며 "한국은 이를 촉진시키기 위해 종전 선언을 언급했을 뿐이다"라고 답변했다.

정 전 장관은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일 북한 미사일 발사 직후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고 "북한 불법행위엔 대가 따를 것"이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 "대통령으로서 북한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연구해야지,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에 '대가 치를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막상 그런 효과를 못 나게 하는 발언은 삼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3일 오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 오전 고체연료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발사를 현지 지도했고 발사 결과에 "대만족을 표시"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