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해곡물협정, 세계식량 가격 20% 낮춰…모가디슈 밀 가격 4분의 1로
협정 종료 이후 식량위기에 따른 빈곤 및 무력충돌 위협 커져
아프리카 중동 등 지원한 유엔 구호기관 우크라 밀에 크게 의존
케냐 외무부 “사상 최고치 식량가격 더 오를 것” 경고
◆…우크라이나 오데사 지역에서 콤바인이 보리를 수확하고 있다. <사진 로이터>
유엔에 따르면 흑해곡물협정은 우크라이나가 3,200만 톤 이상의 옥수수, 밀 및 기타 곡물을 수출하고 전 세계적으로 식량 가격을 20% 낮추는 데 도움을 줬다.
실제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식량가격지수는 지난 1년간 꾸준히 하락세를 기록해 2022년 3월 대비 23%가량 떨어졌다. 또한 협정이 성사된 지난해 7월 식량가격지수는 140.6포인트였지만 2023년 6월에는 11.6% 하락한 122.3포인트를 기록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소말리아의 모가디슈에서는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두 배로 뛰었던 밀 가격이 협정이 체결된 후 4분의 1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러시아가 흑해곡물협정 종료를 선언한 이후 아프리카에서는 각국에서는 식량 위기에 따른 빈곤 및 무력 충돌의 위협이 커지고 있다.
모가디슈의 한 시민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남을지 모르겠다"며 "구호 기관도 지원할 것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고 말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소말리아뿐 아니라 중동의 예멘, 아프가니스탄을 포함하여 분쟁과 빈곤으로 어려운 국가에 지원하면서 우크라이나 곡물에 크게 의존해 왔다.
UN 무역 데이터에 따르면 소말리아는 지난해 우크라이나로부터 84,000톤의 밀을 받았는데 이는 아프리카의 기근을 막기 위해 지원이 강화됨에 따라 2021년의 31,000톤에서 증가된 것이다.
세계 최대 밀 수입국인 이집트도 곡물 협정 파기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수백만 명 시민들에게 보조금으로 빵을 제공하는 이집트 정부에 재정적 압박이 가중될 것이라고 전했다.
곡물 사재기 또한 쇄도하고 있다. 모가디슈의 일부 상인들은 50kg의 밀 곡물 포대가 현재 20달러에서 3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소말리아 모가디슈의 한 상인은 "도매상인들이 자격을 올리기 전에 더 많은 밀과 국물을 사둬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가난한 고객들이 밀과 같은 값비싼 식품을 살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케냐 외무부 상임 비서관 코리르 싱오에이는 이미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식량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로이터에 "예전에는 1파운드나 2파운드였던 상품이 이제 4파운드가 될 것이며 가격은 두 배로 뛸 것"이라고 경고했다. 케냐는 수십 년만의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분석가들은 전쟁이 시작된 이후 러시아와 브라질 같은 곡물 생산국들의 더 많은 공급으로 전 세계 곡물 가용성이 개선된 점은 있지만 이번 러시아의 협정 종료로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IRC(국제구호협회 International Rescue Committee)는 이번 협정 중단이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케냐 등 국가 식량 안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봤다.
한편 러시아는 빈곤 국가들에 대한 지원을 목적으로 했던 흑해곡물협정이 부자 국가들에 대한 우크라이나 식품의 상업적 수출로 변질했다며 협정을 지속할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18일(현지시간) "그동안 아프리카 최빈국은 협정의 가장 적은 혜택을 받았지만, 러시아는 그들에게 무료로 곡물을 공급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흑해는 우크라이나 곡물 대부분이 운송되는 핵심 해상 수출로다. 해마다 4,500만 톤의 곡물을 공급하는 우크라이나의 흑해 항로가 차단된다는 것은 국제 곡물 시장에 큰 위협이다. 앞서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흑해곡물협정이 세계 식량안보에서 "필수 불가결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흑해곡물협정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길이 막혀 전 세계 곡물 가격이 폭등하자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지난해 7월 체결된 협정이다.
당초 120일 기한이었던 협정은 지난해 11월과 지난 3월 60일씩 연장됐으며 지난 5월 만기를 하루 앞두고 2개월 연장됐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오데사의 피브데니 항을 통과하는 암모니아 파이프라인 송출 재개와 로스셀호스방크(러시아 농업은행)의 SWIFT 복귀 등을 요구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며 협정 만료일인 지난 17일 이를 중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