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는 지난 7월 고위공무원단제도 시행에 따라 개방형 직위로 전환된 세제실 관세국장 직위공모를 실시했고 곡절 끝에(?) 26일 장 교수를 정식 임명했습니다.
우선 장 관세국장의 이력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장 국장은 1958년 서울 출생으로 충암고등학교와 미국 메릴랜드 경제학과를 졸업, 시카고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학자출신입니다. 조세연구원 전문연구위원, 관세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하며 관세분야에 식견을 두루 갖춘 인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재경부는 26일 보도자료를 내고 "능력과 경험 있는 민간 전문가를 적극 영입, 공직의 문호개방을 통해 경쟁력 제고를 선도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라고 자평했습니다.
그 동안 재경부에서 내·외부 공모를 통해 전문가들을 공직사회로 흡수한 경우는 여럿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국제업무정책관(고공단 시행 이전에 1급 직위로 요직에 속했습니다)이었는데 지난 2001년부터 내·외부 공모를 통해 적임자를 선발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 자리에 민간전문가가 영입된 적은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초대 공모 국제업무정책관인 김용덕 현 건교부 차관, 2대 권태신 전 재경부 제2차관, 3대 진동수 현 재경부 제2차관, 4대 김성진 정책관까지 모두 관료출신이었습니다. 이를 두고 '무늬만 공모'라는 눈총까지 받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따라서 세제실의 요직인 관세국장 자리를 민간에 흔쾌히 내줬다는 점에서 이번 인사는 분명 나름대로의 평가를 받을 만할 자격이 있습니다.
그러나 인사과정에서의 공공연한 '의혹'들은 이번 인사의 의미를 일정부분 깎아 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를 감안하면 '공직문호 개방을 통한 경쟁력 제고를 선도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라는 자평은 공감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 관세국장, 원래는 '관료출신' 이었다?=당초 관세국장 공모가 진행되는 동안 재경부 내부에서는 여러 가지 '설'들이 난무했습니다. 자리 주인이 결정된 상태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설이었습니다.
의혹의 '자리주인'은 관료출신 중 한 명이었습니다. 일각에서는 한덕수 부총리 재임시절 S모 국장을 임명하려다 청와대에서 제지, '울며 겨자 먹기식' 공모를 진행했다는 설도 흘러나왔습니다.
청와대 저지설이 흘러나오자 관세국장 공모를 둘러싼 재경부 내부분위기는 일순간 돌아섰습니다. 민간출신이 관세국장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고 관련부서 직원들은 민간출신 관세국장에 대한 손익계산서(?)를 짜는데 분주했습니다.
그리고 온갖 설이 난무했던 관세국장 공모는 첫 민간출신 영입으로 귀결이 됐습니다.
□ 또 다시 움트는 세제실 '인사괴담'=관세국장이야 개방형 공모를 진행, 부득불 뒷말이 나오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그러나 이와 긴 연결선상에 있는 조세정책국장 인사에 대한 뒷말이 또 다시 제기되고 있어 관심입니다.
결론만 말하면 조세정책국장 인사에 대해서는 재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적임자들이 제자리를 찾아가 현재 열심히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지금에 와서 다시 뒷말을 쏟아내는 것은 '흠집내기'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원래 공직사회가 말 많은 동네입니다. 물론 까놓고 이야기는 하지 않지만. 최근 한 언론에서는 조세정책국장 인사를 두고 마찰음이 있었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당초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내부공모형으로 전환된 조세정책국장 직위를 정해진 절차에 따라 임명하겠다"고 밝힌 박병원 차관의 발언이 나온 지 일주일만에 별다른 공모절차 없이 전격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것이 기사의 주 내용이었습니다.
세제실의 최고 요직인 조세정책국장 자리를 오래 비워둘 수 없고 높은 전문성을 요하는 자리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고공단 시행에 맞춰 내부공모형으로 전환한 방침 묵살하고 고공단 시행을 2일 앞두고 예상밖의 인사를 단행, 불필요한 의혹을 부풀린 것이었습니다.
관세국장 인사와 연계되어 잊혀질 만한 과거사가 재차 들춰진 것은 어찌 보면 공정한 '게임룰의 준수'가 결여된 인사가 (그것도 세제실과 직접 관련된)이어진 것에 대한 재경부 내의 보이지 않는 불만이 표출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 민간출신 관세국장이 떠 안은 숙제=앞으로 민간출신 관세국장에 발탁된 장근호 국장의 행보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고전적인 세제실 업무시스템에 대한 적응도가 첫 민간출신 관세국장의 성패를 좌우하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 부처 내에서도 '빡쎈' 재경부, 재경부 내에서도 빡쎄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부서가 바로 세제실입니다.
세제실은 전통적으로 업무도 많고 업무성과에 대한 인센티브도 적습니다. 잘하면 그만이지만 못할 경우 여론의 몽둥이를 호되게 얻어맞는 부서가 바로 세제실입니다.
아울러 (요즘은 조금 나아졌지만)재경부 내에서도 은근히 '칸막이 부서'라는 질시를 받을 정도로 조직융합이 최적화 된 부서이기도 합니다. 또한 다른 어떤 부서보다 더 '정통성'과 '뼈대'를 강조하는 곳 입니다.
보기에 따라서 민간출신인 장 국장은 세제실(나아가 공직사회)에서는 '이방인'에 속합니다. 이질감이 없을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민간출신 관세국장에 대해 세제실 내에서 '과연'이라는 의문부호를 무수히 쏟아낸 것도 이 같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인 것입니다.
자칫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는 이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고 무리 없이 세제실의 막중한 책임을 수행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은 장 국장이 몫입니다. 아울러 세제실 관세파트 직원들도 일정 부분 책임감을 안고 함께 해결해야 할 숙제인 것입니다.
혹여 매끄럽지 못한 과정에서의 과오는 결과의 충실함으로 충분히 덮어질 수 있습니다. 첫 민간출신 관세국장의 성공적 행보를 기원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