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개발사에 고리대출 취급해 중개수수료 수취
현장실사 없이 고위험 프로젝트 추진...보고서 허위기재
대주주 부실 막고자 펀드 돌려막기
◆…금융감독원의 사모운용사 전수검사 과정에서, 정보 비대칭을 이용한 투자자 기망, 도관체를 이용한 대주주 편익 제공 등 다양한 위법․부당행위가 발견됐다. [금감원 제공]
1일 금융감독원은 부적격 사모운용사 및 소속 임직원에 대해 신속하고 과감한 시장퇴출 등 펀드시장 질서확립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이 사모운용사에 대한 전수검사를 실시한 결과 일부 사모운용사가 신규 투자자 유치를 위해 프로젝트 실사도 수행하지 않았음에도 자산운용보고서를 허위로 기재한 사례가 적발됐다.
이들 운용사는 등록유지 요건도 충족하지 못한 채 공시의무를 소홀히 하고 라이선스를 유지하려고 정상 운용사의 외양만 갖추는 등 최소한의 선관·충실의무도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중대한 위법행위로 투자자 피해를 유발하는 사모운용사 및 임직원에 대해 시장퇴출 등 신속하고 과감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이 회사는 자본시장법 시행령상 대출 중개업의 업무범위로 허용되지 않은 일반법인·개인간 대출을 47건(2572억원) 중개했다. [금감원 제공]
A운용사는 펀드 27건(1351억원)과 고유재산 8건(212억원)에서 부동산 사업 관련 대출을 취급하면서 최고이자율 제한을 위반했다.
부동산 개발회사에 최고 166.7%에 달하는 고리의 대출을 중개한 후 중개수수료를 수취했다.
이 회사는 자본시장법 시행령상 대출 중개업의 업무범위로 허용되지 않은 일반법인·개인간 대출을 47건(2572억원) 중개하기도 했다.
◆…정보비대칭이 큰 고위험 장기프로젝트를 추진하며 현장실사도 없이 진행상황을 허위기재하는 등 투자자를 기망한 사례도 있었다. [금감원 제공]
B운용사는 대체펀드 사업장이 시공사의 부실로 공사가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음을 알고 있었음에도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자산운용보고서를 허위기재했다.
펀드 수익자들에게 시공사가 동일한 다른 펀드투자를 추가 권유하면서 허위기재된 자산운용보고서를 제공했다. 펀드 수익자들은 이 펀드가 정상 운용되고 있다고 오인해 다른 펀드에 대한 추가투자를 결정했다.
또 일부 기관투자자의 요청으로 실시한 현장실사에서도 부실사업장과 무관한 정상사업장을 보여줌으로써 투자자를 기망했다.
◆…C운용사의 경우 대주주인 가족법인이 자금난에 처하자 도관체를 통해 특수관계자에게 펀드 자금을 송금하는 등 고객재산을 사유화했다. [금감원 제공]
운용중인 특별자산 펀드에서 부실이 발생하자 특별자산 펀드 간 자금 돌려막기를 통해 부실을 은폐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최소한의 등록유지요건도 갖추지 못한 부적격 운용사가 라이선스 유지를 위해 투자손실을 은폐한 사례가 드러났다.
금감원은 자산운용업의 본질이 선량한 관리자로서 고객 자금을 충실히 운영해 국민자산 증식 및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법적으로 인정된 금융회사 지위를 사유화해 본업의 취지에 위배되는 불법·부당행위를 일삼는 것은 심각한 범죄행위라고 지적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모펀드 시장이 투자자의 안정적 자산증식 수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시장질서 확립과 신뢰회복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며 "특히 사모운용사의 불건전 영업행위에 대해 지속적인 심층검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라이선스 취지에 부합하지 않거나, 위법행위를 저지른 운용사 및 임직원에 대한 제재절차를 신속하고 엄정하게 진행할 계획이다.
조직적인 고객 이익 훼손행위, 횡령 등 펀드 재산을 사유화하는 중대한 법규위반은 즉시 퇴출(원스트라이크 아웃)이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또 부정·불법 행위, 유동성 관리 실패에 따른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내부통제 및 이해상충 방지체계에 대한 감독을 강화한다.
한편, 6월말 현재 사모운용사는 376개사로 2020년말(252개사) 대비 49.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사모펀드 수탁고는 438조4000억원에서 577조8000억원으로 31.8% 불어났다.
2015년 사모펀드 시장 진입규제 변경 이후 최근 3년간 156개의 사모운용사가 신규진입했다. 그러나 중대한 불법행위에 연루되거나 부실 누적으로 자본잠식 상태에 처했음에도 퇴출된 운용사는 4개사에 불과하다.
5월말 기준 9개사가 최저 자기자본 유지요건(등록업무 단위별 최저자기자본 100분의 70)을 미충족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