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 "미 경기 회복세 안정적…부채 리스크 단기 확산 가능성 제한적"
미 분석가들 "미 정부의 부채 한도에 대한 반복적인 논쟁이 초래한 피해"
한국 정부 "영향 크지 않을 것…필요시 시장안정 위한 조치 신속히 시행"
◆…미국 신용평가사 피치[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인 피치(Fitch)가 12년만에 미국 신용등급을 전격 강등했다. 시장에서는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과 미국 정부 지출이 문제라는 지적이 맞서고 있다.
지난 1일(현지시각) 피치는 미국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하면서 등급 전망을 기존 '부정적 관찰 대상'에서 '안정적'으로 변경했다.
피치는 미국 신용등급 하향의 이유로 향후 3년간 미국 재정 악화와 국가 채무 부담의 증가, 정부의 관리체계(거버넌스) 악화 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1년 7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미국의 부채한도 상향 여부 불확실성을 이유로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하고 8월 AAA에서 AA+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신용등급은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 중 무디스만 Aaa로 최고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피치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피치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 발표 이후 미국 S&P500 선물지수는 0.5% 하락했으나 낙폭은 축소됐다. 10년물 국채 금리 역시 변동폭이 제한적이며 달러지수도 0.3% 하락에 그쳤다.
NH투자증권 김환 연구원은 "지난 5월 피치는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미리 시사했고, 미국의 부채한도 상향 조정 여부가 불투명해지자 전망을 '부정적 관찰 대상'으로 하향 조정했다"며 "지난 6월 바이든 대통령이 부채한도 협의안 'Fiscal Responsibility Act'에 서명하면서 2025년 1월까지 미국 디폴트 리스크가 약화된 상황에서 피치가 신용등급 강등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2011년 S&P가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했던 당시와 매크로 환경이 다르다"며 "현재 역시 코로나19 발발 이후 강했던 경기 회복세가 약화되고 있지만 주요국 선행지수가 바닥을 다지고 있는 등 경기 회복 모멘텀이 개선될 수 있는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2011년 당시 한 달간 미국 S&P500은 12% 이상 하락했고 10년물 국채 금리 역시 80bp 이상 하락했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영향이 컸던 이유는 경제 대국인 미국의 첫 신용등급 강등 사례였고, 유로존 재정위기 발생으로 부채 리스크의 확산 우려가 높아진 시기였기 때문이라는 게 시장의 지배적 의견이었다.
김 연구원은 "실제로 7월 ISM 제조업지수는 46.4p로 전월(46.0p)대비 반등했고 견조한 고용지표가 지속되고 있는 등 미국의 경기 회복세는 안정적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S&P500 기준 올해 2분기를 저점으로 실적이 턴어라운드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미국의 부채 리스크가 단기간 내 확산될 가능성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이터통신에 의하면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성명서를 통해 "피치의 강등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임의적이고 오래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고 비판했다.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이 세계 주요 경제 중 가장 강력한 회복을 이룬 순간에 미국을 격하시키는 것은 현실에 어긋난다"고 반박했다.
알비온 파이낸셜 그룹(AlFG)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제이슨 웨어는 "피치가 미국을 AAA에서 AA+로 내렸기 때문에 주식을 팔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장기 투자 전략을 가진 투자자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분석가들은 피치의 발표에 대해 지난 5월 미국을 채무 불이행 위기로 몰아넣은 부채 한도에 대한 반복적인 논쟁이 미국에 초래한 피해라고 지적했다.
러닝 포인트 캐피털 어드바이저스의 마이클 슐먼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 경제는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일 것이지만 방어도구에는 약간의 구멍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것은 미국의 명성과 위상에 반하는 흠집"이라고 말했다.
Mizuho Securities USA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Steven Ricchiuto는 "이번 피치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은 기본적으로 미국 정부 지출이 문제라는 것을 말해준다"고 설명했다.
한편 2일 한국 정부는 한국은행 등 관계기관과 실무회의를 개최해 미국 신용등급 하향에 따른 시장 영향을 점검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기재부내 금융·외환·채권시장 담당부서가 참여하는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해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각별히 경계하며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
방 1차관은 "아직까지 지난 2011년 S&P의 미국 신용등급 하향(AAA→AA+)시 보다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향후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심화되며 국내외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상존하는 만큼 관계기관 간 긴밀한 공조체계를 유지하는 한편 필요시 시장안정을 위한 조치를 신속히 시행해 나갈 것"을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