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딸이 받은 '11억'에 대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추가
박영수, 지난 2월 망치로 휴대전화 부숴…檢 '증거인멸', 구속 필요성 강조
이규호 변호사 "영장 발부, 법률상 '다툴 수 없는' 논리와 증거 있어야"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1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이른바 '가짜 수산업자 금품수수' 사건 공판기일에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면서 박 전 특검은 다시 구속 기로에 섰다.
서울중앙지법 윤재남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3일 오전 10시30분 특정경제가중처벌법(수재 등)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받는 박 전 특검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다.
검찰은 지난달 30일 박 전 특검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후 박 전 특검에게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추가로 적용해 보강 수사를 진행해왔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의 딸 박모씨가 2019년 9월∼2021년 2월 5차례에 걸쳐 화천대유 측으로부터 받은 11억원에 대해서는 박 전 특검과 딸이 공모해 수수한 돈으로 보고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새로 적용했다.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는 직무 관련성과 관계없이 공직자 등이 동일인에게 1회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 합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거나 요구하면 성립한다. 박 전 특검은 2016년 12월부터 2021년 7월까지 국정농단 특검 신분이었다.
검찰은 "국정농단 특검법에 특검의 자격·보수·신분 등에 관한 규정이 있는 만큼 청탁금지법 대상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박 전 특검은 "특검은 공직자가 아니라 공공 업무를 위탁·위임받은 민간인인 공무수행 사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 전 특검이 받아온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수재' 혐의는 그대로 유지된다. 박 전 특검은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하면서 2014~2015년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남욱 씨 등 민간업자들의 컨소시엄 관련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거액의 돈을 약속받고 8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이 최측근인 양재식 전 특검보와 공모, 2014년 11~12월 컨소시엄 출자 및 여신의향서 발급과 관련해 남씨 등으로부터 200억원 상당의 이익과 단독주택 2채를 약속받았다고 보고 있다.
박 전 특검은 우리은행의 역할이 축소된 뒤 김만배 씨 등에게서 여신의향서 발급 청탁의 대가로 5억원을 받고 향후 50억원을 약정받은 혐의도 있다.
또 박 전 특검이 2015년 대한변협회장 선거 자금 명목으로 현금 3억원을 실제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신병확보를 위해 이번 영장 청구에서 의도적 증거인멸 정황을 제시해 구속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특검이 망치를 사용해 자신의 휴대전화를 부수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이 정치권에서 '50억 클럽 특검' 논의가 본격화하자 증거인멸 및 말 맞추기에 나선 것으로 파악했다.
박 전 특검이 휴대전화를 폐기한 것으로 검찰이 특정한 날인 2월16일에는 당시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50억 클럽 특검이 불가피하다"고 공식 발언했다. 검찰이 박 전 특검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수사를 본격화한 것은 3월30일이다.
지난 1차 구속영장 청구 당시 검찰은 "관련자들 진술과 객관적 증거자료를 가지고 구속에 대한 필요성을 소명했다"고 했지만, 법원은 "피의자의 직무 해당성 여부, 금품의 실제 수수 여부 등에 관해 사실적·법률적 측면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검찰이 박 전 특검의 범죄혐의를 얼마나 더 잘 구체적으로 소명했는가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법무법인 선해 이규호 대표 변호사는 "법률적·사실적 측면에서 다툴 만한 소지가 있다고 영장이 기각된 사건은 본안으로 가더라도 무죄가 나올 확률이 많이 있다. 영장이 다시 나오려면 법률상·사실상 다툴 수 없는 논리와 증거들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혐의가 확실하고 재판으로 갔을 때 벌금, 집행유예가 아니라 실형 정도가 나온다고 판단됐을 때 판사가 구속한다. 벌금, 집행유예 나올 사건에 대해선 구속하지 않는다. 혐의가 있고 형량이 중하면 도망갈 우려가 있다고 관념적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영장청구 때 검찰은 증거 인멸 우려를 강조한 것으로 보이는데, 1차 영장 기각이 어떻게 보면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것이기 때문에 그걸 얼마만큼 검찰이 더 잘 소명했느냐가 영장 발부 여부에 대한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동일선상에서의 혐의가 하나 더 나온 것인데 압도적인 법 논리와 압도적인 증거가 없으면 결과가 바뀔지 여부에 대해서는 확언할 수 없다"고 했다.
아울러 "구속이 되면 법정 구속기간이 20일밖에 안 된다. 만약 이번에도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된다면 검찰이 영장 기각됐다고 힘 빠지기보다 세간의 주목을 받는 사건인 만큼 더 충분한 시간을 두고 조사할 것"으로 내다봤다.
양지열 변호사는 영장 발부 여부에 대해 "특별하게 증거가 더 나오는 것도 아니고 상황은 별로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고 봤다.
1차 구속영장이 기각됐을 당시 '부실 수사' '봐주기 수사' 등의 비판이 있었던 만큼, 이번 영장 발부 여부가 검찰의 '대장동 로비 의혹' 수사 성패를 가르는 분기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